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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노인상담의 방향, 과제, 기술

ch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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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부터 노인에게 적절한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되어 왔다. 노인 상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노인과 노년기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이 문제로 제기되었다. 노인이라고 할 때 우리는 흔히 직업으로부터 은퇴한, 인지적으로,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약하고 무능한 사람이며 심지어는 단순히 죽음을 기다리는 존재로 이해하기도 한다. 그 결과, 많은 상담자들이 노인을 대할 때 노인의 문제와 약점을 먼저 평가하며,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에 초점을 둔다. 이와같은 노인과 노년기에 대한 관점으로 인해 지금까지 노인 상담은 주로 재활상담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노년기는 체력이나 인지적 능력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가장 생산적인 시기이기도 하다. 즉, 노년기에는 대개 당장 해결해야 할 경제적, 사회적 과제가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할 일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새로운 삶의 과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노인상담의 초점은 이제 새로운 기회의 개발과 잠재력의 개발에 두어야 한다. 즉, 노년기를 쇠퇴기 혹은 죽음에의 적응기로 보기보다 다른 발달 단계와 마찬가지로, 성장과 자기실현을 위한 기회의 시기로 보아야 한다.

노인들이 부딪히는 발달과제는 정서적 독립, 삶에 대한 친밀감과 관조, 진정한 정체감의 성취와 자율적 삶의 실현, 공동사회의 기여, 부부관계의 재정의, 독신생활의 향유, 세계관과 인간관의 확대와 성숙, 정서적 독립과 안정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외에도 많은 발달과제를 열거할 수 있으며 또한 그것들을 50대, 60대, 70대, 80대, 90대의 연령대별로 나누어 정리할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노년기에는 과거나 미래의 삶보다 현재의 삶이 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발달과업을 중심으로 노년기를 생각해 보면 결국 노년기는 정신적인 전체감 혹은 통합감을 형성해가는 실존적 삶의 과정이다. 노년기는 쇠퇴기라기보다 자신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시기이다. 이렇게 볼 때 노인상담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상담자의 노인과 노년기에 대한 관점의 변화이다. 즉, 노인 상담의 성격은 재활상담이 아니라 성장과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발달 상담이다.

상담의 기능은 문제의 발견이나 제거 혹은 감소에 있지 않다. 지금까지 노인상담 뿐만 아니라 아동, 청소년, 심지어는 성인 상담에서도 문제의 평가와 제거가 중심이 되어 왔다.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상담은 종종 치료나 재활상담의 성격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내담자의 문제와 내담자를 보다 더 넓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결과, 내담자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적응적 의도와 자기실현의 의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상담은 문제 속에 나타나는 인간의 적응 혹은 자기실현 의지를 이해하고 그것을 스스로 추구할 수 있도록 북돋우며 조력하는 활동이다. 노인 상담도 이와 같은 관점에서 노인의 특징을 고려하는 한편, 노인이 추구하는 새롭고 만족스러운 자기실현의 삶을 가능하도록 돕는 서비스 활동이다. 노인의 문제를 평가하고 제거하기 위한 치료 모형의 상담 접근으로는 결국 인간이 보이는 문제 행동의 의미를 제대로 고려하기 어렵다. 상담을 치료 행위로 생각하는 상담자는 자신의 가치관과 의도에 따라 내담자의 삶을 결정하는, 엄격히 말하면 돌고래 쇼의 조련사의 행위와 같다. 조련사는 돌고래의 잠재력과 의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본인의 의도대로 돌고래를 훈련시킨다.

노인이 100% 자신이 결정하는 실존적 삶을 살 수 있으려면 신체적,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상황이 보통 이상이여야 한다. 말하자면 Hartmann이 언급한 보통으로 기대할 수 있는 환경(average expectable environment)이 보장되어야 한다. 본래 Hartmann은 이 환경을 보통 정도의 평범한 어머니를 의미하였지만 이 개념은 인간 적응의 보편적 조건으로 이해될 수 있다. 노인의 경우에 노인이 다양한 자기실현 노력을 그런대로 해 나가려면 신체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보통 수준의 상황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다소간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로 기술하면 경력, 가족, 여가, 친밀, 내적 생활의 영역에서 보통 정도의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미 40대에 많은 성인들이 직장을 떠나고 있으며, 50대 인구의 상당 비율이 정규 직업이 없다. 60대가 되면 자영업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직장에서 은퇴한다. 이에 따라 특히 IMF 사태 이후로 이미 40대부터 노인 아닌 노인이 되고 있어서 경력, 가족, 여가, 친밀, 내적 생활의 면에서 결핍된 생활을 하고 있다. 상담자는 그러므로 내담자의 자기실현의지를 확인하거나 활성화시키는 일을 하는 동시에 5가지 영역에서 그것을 방해하는 요인들을 평가하고 그것을 내담자와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약간 다르게 이야기하면 상담자는 노인 내담자가 5가지 영역에서 자기실현을 할 수 있도록 내담자의 자기실현 동기를 촉구하고, 강화하고, 계발하는 방식으로 조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인 내담자를 대함에 있어 보호와 위로보다 내담자의 능력과 의지를 신뢰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노인의 나이가 얼마이든 노인이 신체적으로 얼마나 쇠약하든 노인이 현재 삶을 지각하고 다루어가는 방식, 나아가 노인이 지향하는 삶을 존중하여야 한다. 노인이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삶을 지각하고 선택하는 방식을 존중함으로써 가능한 한 내담자가 원하는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조력하여야 한다. 이것은 사실 모든 내담자를 대하는 방식이다.

Leo Buscaglia는 장애아동과 부모 상담을 위해 한평생을 바친 사람이다. 그는 상담자들에게 장애아는 사람들의 생각에 의해 장애아가 된다고 하고 장애인을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이해하기를 촉구했다. 그는 장애인은 누구에게 속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며,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자기의 삶을 선택하고 실현할 권리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는 또한 장애인의 자기실현에는 비장애인과 마찬가지고 실패할 권리도 포함된다고 하였고, 비장애인이 사는 세계에서 그것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Leo Buscaglia의 말의 참뜻은 장애인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간으로써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분명한 메시지이지만 많은 부모와 교사, 그리고 상담자에게 쉽게 그리고 당연하게 실천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부모, 교사 혹은 상담자 자신이 삶을 지각하는 방식으로 장애인 내담자의 능력과 삶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효율적인 노인 상담자가 되려면 노인이나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마찬가지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개별적 삶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 충분한 자아실현을 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여야 한다. 실제에 있어 이런 상담의 효과는 순간순간 내담자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에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내담자를 전적으로 존중하는 상담자의 태도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지지는 무조건적으로 존중되고 수용되는 사랑이 주는 힘이다. 우리는 그런 사랑의 힘으로 삶을 지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삶을 아주 기쁘게 즐길 수 있다. 상담자가 이와 같은 태도를 실천할 수 있으려면 상담자는 자신에 대한 신뢰와 수용, 삶에 대한 믿음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Sigmund Freud는 제자로부터 정신분석이 내담자를 치료하는 원리를 가르쳐달라는 질문을 받고는 정신분석은 오직 상처에 소독약을 바르고 반창고나 붕대를 붙이거나 감는 일이며 치료는 신이 하는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Freud와 같은 유능한 상담자는 자신의 일을 작은 조력이라고 생각하였고 더 큰 일은 신에게서 부여받은 인간의 내적인 능력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면서 내담자를 전적으로 신뢰하였다. 내담자를 신뢰하기 위해서 상담자는 또한 자신과 내담자를 구별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Melanie Klein는 결국 상담의 목표를 내담자가 자신의 마음을 소유하는 일이라고 설명하였고 Otto Kernberg는 상담의 목표를 내담자가 자신의 결점과 장점을 동시에 소유하는 일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상담의 과정에서 상담자가 자신과 내담자인 타인을 구별하는 노력을 함으로써 실천될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내담자가 자신의 경험과 지향을 편안하게 상담자와 나눌 수 있게 하고, 내담자에게 필요한 것을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아가 그것들을 찾고 실천하는 노력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한다. 이럴 때 우울할 수 있고, 불안할 수 있으며, 무기력할 수 있는 노인의 특성이 문제로만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마음 때문에 생기는 좌절로서도 이해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것은 노인 상담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제휴하거나 네트워킹을 이루어 실천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노인의 자아실현에는 보통정도의 환경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노인은 인지능력, 정서능력, 주거지, 경제능력, 사회 지지망, 신체 능력 등이 보통 정도로 유지되거나 제공될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에서 상담자는 노인 내담자와 그것들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 동시에 필요할 때는 의사, 사회복지사, 운동전문가나 물리치료사, 레크레이션 전문가, 작업치료사 등에게 의뢰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조력하여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노인상담은 위기청소년 상담사업과 같이 국가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할 분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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