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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순] Focusing 기법

ch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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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ing 기법


시카고 대학의 Eugene Gendlin에 의해서 창시된 치료법으로써, Gendlin에 의하면, 우리 몸의 내면에는 얘기되지 않 (unstoried) 수많은 삶의 경험, 느낌, 그리고 생각들이 저장되어 있다. 우리가 그 몸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 (life story)들 잘 (gently) 듣기만 하면, 모호하고 복잡한, 어쩌면 전혀 의식한번 해보지 못한 것들을 자각하게 되어 통전의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Focusing이란 몸 안 (토르소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몸느낌 (bodily felt sense)을 통해 자각과 감정치유에 이르는 상담기법이다. 몸의 지혜 혹은 직관이라고 불려지는 감각느낌 (felt sense)은 몇 가지의 단계를 거쳐, 초점을 맞추는 사람(Focuser)이 현재 씨름하고 있거나 고민하고 있는 이슈, 관계, 혹은 사람에 대해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정의 범위를 너무 좁게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흔히 나쁜 감정만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나 아니면 희로애락만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자신감, 의지력, 충성심 따위도 감정의 변수이며, 우리가 중요시하는 모든 가치관도 감정의 변수이다. 또한 무언가 하고자 하는 열의도 감정의 변수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생각과 사실, 그리고 감정을 분리하지 못한 채 (감정에 압도당해)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삶의 위기를 겪은 사람들에게는 더더군다나 그렇다.

Focusing에서는 감정 (느낌)의 처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치유에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본다. 그런데 이 감정은 어떤 신체적 변화를 동반한다는 것이 Focusing의 포인트이다. 감정은 우선 스스로도 느낄 수 있는 신체적 변화를 찾는다. 예를 들어, 몸이 굳어진다든지 얼굴이 붉어진다든지 하는 신체적 변화 속에서 긴장이나 고양된 기분 등의 감정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이러한 감정을 ‘긴장하고 있다’, ‘흥분하고 있다’는 등의 말로 바꾸어 본다. 감각으로부터 감정을 찾아내고 그것을 표현함으로써 감정의 변화를 깨닫게 된다.

전문적인 의사라고 해서 개개인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 인간적인 문제라는 것은 그 본성상 자기 자신에게 달린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몸이 갖고 있는 생명력, 즉 타고난 긍정적 지향성을 이용하지 못하고 관례적인 방식으로 반응한다. 우리는 우리의 체험을 기존의 낡은 개념 (혹은 낡아 빠진 역할이나 행동양식)으로 포장하곤 한다. 뭔가 더 넓은 틀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인간은 기존 역할이 인정하거나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느낌에 적합한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비유가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내면의 풍부함을 표현하지 못하고 산다. 사람들이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이 관습 속에, ‘역할’ 속에 갇혀 버리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자신을 억눌러야 하고, 자신을 포기해야 하며, 나중까지 숨죽인 채 살아야 한다.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이 ‘나중’도 그렇게 자주 있지 않다. 그래서 그들의 내면 자아는 침묵하게 되고 거의 사라지고 만다. 그들은 자신의 내면에 어떤 것이 있는지 의아해 한다. 우리가 관계를 맺을 때조차 그 과정의 상당 부분이 똑같다. 결국 역할과 관습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뇌와 몸은 우리가 평소에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것 가운데 극히 일부만을 의식한다.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몸은 알고 있는 심층적인 지식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더 심화시킬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라. 초점 맞추기는 특별한 느낌의 신체자각과 접촉하는 과정을 말하는데, 그 신체자각을 감각느낌이라고 부른다. Focusing은 사람들의 내면으로 파고들어 그 안에서 풍요로움을 찾아낸다. 사람에 대한 인상이라는 것은 일시적이고 피상적인 측면에 불과해서 어느 누구도 “한 유형”으로 고정될 수 없다. Focusing을 하면 잠재의식이라는 새로운 지식의 마개를 열어 그것을 개발해 나갈 수 있다. 사색가적인 예민함으로 자신의 느낌을 구별해 낼 수 있는, 총명함을 갖게 한다. 초점 맞추기는 몸 (뇌와 마음 전체)을 친구 삼아 몸이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Focusing에서 중요한 단어가 있는데, 그것은 감각느낌 (felt sense)과 몸의 반전 (body shift)이다. 감각느낌이란, 몸과 마음이 나눠지기 전의 몸과 마음, 즉 심신 그 자체. 그것은 마음의 체험이 아니라 신체 체험이다. 몸의 체험, 어떤 상황이나, 사람이나, 사건에 대해 몸이 느끼는 자각이다. 이는 특정 시기에 특정 주제에 대해 느끼고 아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내적인 기운, 그 모든 것을 포괄하면서도 하나하나 낱개로가 아니라, 즉석에서 모든 것을 한꺼번에 전해주는 기운을 말한다.

특정 문제나 상황에 대해 몸이 느끼는 감각. 포괄적이면서도 막연한 느낌. 혀끝에서 뱅뱅 도는 느낌 (답을 알고는 있지만 말로 딱 집어내지 못하는 그런 느낌). 감각 느낌은 그냥 거기 있는 것이 아니라 형성되어야 한다. 따라서 당신은 몸 안에 주의를 기울여 그것이 형성되도록 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감각 느낌은 처음에는 불명확하고 애매하게 느껴진다. 감각 느낌은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몸이 느끼는 의미다.

몸의 반전이란 몸에서 일어나는 분명한 변화, 조였던 부위가 느슨해지는 분명한 신체 느낌을 말한다. 모든 사람이 특별히 복부에서 일어나는 반전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몸 전체에서 일어날 수 있고, 옥죄던 목구멍이 풀리는 느낌일 수도 있다. 몸의 반전이라고 불리는 건, 그것이 머리 속에서 일어나지 않다는 것 말한다. 그것은 언제나, 어떤 방식으로든, 신체가 느끼는 것이다. 큰 안도의 한숨이거나, 긴장되었던 얼굴이 갑자기 느슨해지거나, 자세가 편안해지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반전으로 인해 당신의 의식은 이전에는 숨겨져 있던 앎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당신은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계획의 일환으로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

Focusing에 필요한 것은 내면에 주의를 모으고, 기분을 가라앉히고, 평온한 상태 유지. 침묵하면서 다음에 무엇이 떠오를지를 조용히 기다리는 것. 고통스런 감정의 소용돌이에 사로잡히지 않고, 감각느낌을 찾아보려 할 것. “난 저렇게 했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과 논쟁을 하면 정서적인 긴장감만 고조시킬 뿐이다. 몸의 느낌에 주파수를 맞춘다. 떠오르는 모든 느낌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느낌들과 다투거나 앞서서 요구하거나 반박하지 않고 그것들 스스로가 설명하도록 놔두는 것이다. 화난 부모처럼 그 느낌더러 자신 변명해보라고 요구하면서 그 느낌을 닦달해서는 안 된다. 수용하는 자세로 그 느낌에 접근한다. 자신의 느낌을 서두르듯이 아니라 불명료하지만 더 크고, 더 넓게, 감각 느낌이 형성되도록 놔둬야 한다. Focusing은 잘 밝혀지지 않은 저 미묘한 감각 느낌에서 출발해서, 그 다음에는 말이나 논리성, 또는 이미지 형태로 바뀐다. - 단 감각 느낌이 전환하는 식으로. 초점 맞추기 (Focusing)라는 내면 활동은 여섯 단계의 주요 하위행위, 혹은 움직임들로 되어 있다. 익숙해지게 되면 굳이 개별 부분들로 나눌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a) 공간 치우기: 내가 지금 당신께 요구하는 것은 단지 당신 스스로에게 침묵하라는 것이다. 조금은 침착하고 가벼운 기분을 유지한 가운데, 지금 이 순간 당신을 긴장시키는 문제 (사건, 사람)를 생각해 보라. 혹은 “내 인생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지? 나는 지금 편안한가?” 하고 물어 보라. 어떤 걱정거리가 떠올라도 그 걱정거리 속으로 들어가지는 마라. 당신과 그 걱정거리 사이에 약간의 공간을 허락하면 된다. 그런 다음 그 걱정거리를 그저 바라보기만 하라.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래, 네가 거기 있었구나.” 하고 말해 보라. 이런 식으로 또 다른 문제나, 사람, 걱정거리들이 떠오를 것이다. 어떤 것이든 간에 떠오른 대로 맞아들이는 마음이 되어 보라. 그것들을 당신이 정해 놓은 “안전한 장소”에 내려놓고 그저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라, 그것의 존재를 내가 알고 있다 하는 자세로 말이다.

b) 감각느낌: 자, 이제 떠오른 이슈들 중에서 가장 당신을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 보라. 어떤 문제가 가장 감정을 상하게 하며, 나를 예민하게 하며, 제일 찝찝하거나, 가장 불쾌하게 만드는 것인가? 한 가지가 떠오를 것이다, 그런 다음 “이 문제 전반에 대하여 내 몸은 어떻게 느끼지?” 하고 물어 보라. 대답하려 하지 말고 그 문제 전반에 대해 몸이 어떻게 느끼는지, 그 모호하고 희미한 느낌으로 시작되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되어 보라 (교향곡이 음조가 많고 악기가 많지만, 하나의 음악 작품으로 들려지듯이 왁자지껄한 내부의 잔소리, 잡념, 모든 세부 사항들을 지나쳐서 당신의 감각이 내면 깊숙이 들어가게 하라).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단일의 큰 기운을 느낄 때까지.

c) 단서 찾기: 그 모호한 감각 느낌은 어떤 성격 (무겁다, 무력하다, 해내야 한다, 상자 안에 갇혀 있다, 안경에 짓눌리는 느낌이다, 바닷가의 바람 냄새가 난다 등)을 가지고 있는가? 단어나 구절, 이미지 등이 감각 느낌 자체에서 떠오르게 하라. 그 중 무언가가 그것에 꼭 들어맞을 때까지 감각 느낌의 성질을 붙들고 있어라. 그 모든 것의 급소, 그것에서 나타나는 특별한 성질을 형용사로 표현한다면 어떤 말일 것 같은가?

d) 맞춰보기: 감각느낌과 단서 (단어, 이미지, 구절)가 적절하다는 느낌이 드는가? 그 둘이 잘 맞아떨어지는 어떤 징후가 몸에서 약간이라도 일어나는가? (이렇게 하려면 단어만이 아니라, 그 감각 느낌을 다시 한번 가져보아야 한다).

e) 묻기: 그리고 물어 보라. 문제 전부를 이토록 “안경에 짓눌리는 느낌이 들게 만든 게 뭐지?” “이 안경에 짓눌리는 느낌에 무엇이 일어나야 하는가?” “이것과 관련하여 최악의 것은 뭐지?” 대답하지 말고, 그 느낌이 휘저어지면서 당신에게 대답을 주길 기다려라. “만사가 다 좋아지면, 그건 어떻게 느껴질까?” “그리고 이것을 막는 게 뭐지?” 몸이 대답하게 하라. 반전이나 경미한 ‘일치’ 반응, 혹은 이완감과 함께 뭔가가 나타날 때까지 그 감각 느낌을 붙들고 있어라

(해답 편에서 정답 찾아보기: 만약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내 몸은 어떻게 느낄까? 내 몸은 앞으로 내밀리고, 내 피는 더 잘 순환되며, 어깨까지 들썩거리는 듯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말한다. “나는 늘 이런 식으로 느낄 수 있어.” 그런데 내면에서 “내가 계속 이런 식으로 계속 지낼 수 있을까?” 묻는다면, 그리고 그 대답이 ”아니“라면 다시 ”왜 그럴 수 없지?“라고 묻는다.)

f) 받아들이기: 그 반전과 함께 나타나는 것이 무엇이든 다 선뜻 받아들여라. 약간의 이완감 정도라 해도 잠시 그것과 함께 머물러라. 무슨 일이 떠오르든 환영하라. 끼어드는 비판의 목소리로부터 그것을 보호하라. 떠오르는 것은 당신 문제의 결말이 아니라 과정이다. 언제든지 다시 되돌아 올 수 있다. 당신의 몸은 더 Focusing을 원하는가, 아니면 여기서 멈추길 바라는가?

Focusing은 느낌이 일어날 때에는 어떤 느낌이 어느 정도의 크기로 일어났다가 어떻게 사라져 가는가를 분명하게 지켜보는 과정을 중시한다. 자기 마음속에 일어난 느낌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또한 어떻게 사라져 가는 것을 알아차리는 일이 곧, 생각과 행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닌 통전된 자기를 만나는 것이다. 생각과 행동이 따로 움직일 때 갈등이나 혼란을 겪게 되고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폭력의 피해자들에게 있어서 공통적인 감정은 너무나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무엇이 생각인지 그리고 무엇이 그 생각에 대한 느낌인지 구별을 못하고 생각과 느낌에 압도당해 무기력해 진다.

Focusing은 인간을 과정으로 간주하지 병리학적으로 바지 않는다는 점에서 낙관적이다. Focusing에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은 가학적인 방식이 아니다. 내면 변화가 진짜라면 언제나 실제적인 변화 과정은 좋은 느낌을 준다. 처음의 불분명한 느낌, 그리고 느낌을 인지한 후에 밟게 되는 체험은 전통적인 심리 치료법에서처럼 고통 중심적이 아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기법을 내 개인의 “공감피로” (compassion fatigue)를 치료하는 데에 도움을 받았으며, 폭력의 피해자들에게 적용을 해 보았다. 폭력의 피해자를 상담할 때 중요한 것은, 내담자가 무감한 듯이 보여도 그 사람 내면에 감정이 가라앉아 있으며,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보다 더 감정의 수위가 높다는 것이다. 감정의 수위가 높은 상태에서는 상담자의 어떤 인지적인 반영이나 직면 또는 조언 등도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감정상태를 확인함이 없이 이야기부터 듣고자 할 때, 많은 경우 내담자들은 자신의 폭력의 경험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당혹스러워 하고 심지어는 저항을 유발하게 된다. 폭력의 피해자들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담자의 감정수위를 낮추는 일이다. 그 말은 상담의 “여기-그리고-지금” (here and now)의 원칙 (현장성)에 입각하여, 내담자의 감정을 충분히 공감해 주는 것이다. 말을 하기 전에 몸을 느껴보게 하고 그 몸느낌에 이름을 붙여보게 하는 Focusing 기법은 내담자로 하여금 상담자에게서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을 받지 않고도 제 스스로 자기의 상황 판단이 가능하다는 것, 자신이 전적으로 힘을 잃은 것이 아니라는 “아-하 경험” (a-ha experience)을 하게 된다. 그럴 때 상담자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여기서부터 내담자 자신이 처한 상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나고, 문제해결을 향함에 있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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