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역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오르고, 심지어는 8강을 거쳐 4강까지 올랐을 때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나리라고는 아무나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온 국민이 시청 앞 광장에서, 집에서, 직장에서 TV 앞에 모여서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쳤고, 들끓는 용광로처럼 모두 하나가 되었다. 정말로 "꿈은 이루어지는가?" 우리는 꿈을 꾸고 꿈을 먹고 사는 존재이다. 꿈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각박한 현실을 딛고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이상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꿈이나 몽상이 문제이지, 근본적으로 꿈꾸는 것은 건강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잠을 잘 때 꾸는 꿈은 어떠한가? 그동안의 신경생리학적 연구에 의하면, 수면은 여러 단계를 거치고 약 90분 주기로 반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수면의 여러 단계 중에서도 빠른 안구 운동(REM)을 할 때 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룻밤에 여러 번 꿈을 꾼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의 신경과학이 아무리 발달하였다고 해도 우리가 잠을 잘 때 꿈을 왜 꾸는지, 그리고 꿈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꿈은 인간의 역사와 더불어 존재해 왔고, 그 의미의 중요성도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보였다. 꿈이 인간의 성장과 건강에 어떠한 기능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일상생활에서의 갈등이나 심리장애를 해결하고 치유하는데 어떻게 꿈을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는, 프로이드가 1894년에 처음으로 꿈의 해석에 대하여 언급하고, 1895년에 자신의 꿈을 분석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00년에 출판된 <꿈의 해석>은 그동안 이루어진 여러 신경생리학적인 연구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오늘날도 프로이드의 거작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정신분석학의 초석으로 남아있다(윤순임, 1995). 프로이드는 1900년 <꿈의 해석>에서 꿈을 무의식으로 이르는 "왕도"라고 하였다. 우리는 꿈 이외에도 일상생활에서의 실언이나 실수, 농담, 위트, 백일몽, 환상 등에서, 또한 심리치료에서의 전이현상과 심리장애 증상에서 꿈과 비슷한 현상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현상들은 우리가 평소에 자각하지 못하고 지나쳤거나 어쩌면 알고 싶지 않기도 한 내면세계의 속마음이 반영된 것들이라고 할 것이다. 프로이드는 꿈이 잠재적인 소망과 무의식적인 방어간의 타협으로 생겨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 우리에게 나타나는 꿈은 그 잠재적인 의미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왜곡될 수 있고, 때로는 반대로 나타나기도 하며, 상징적으로 그 의미를 드러내기도 한다. 꿈의 해석은 신중해야하는데, 정신분석적 꿈 해석은 해몽 사전과는 다르며, 무엇보다도 꿈 꾼 사람의 다양한 삶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꿈을 꾸기 시작한다. 유명한 인지심리학자인 피아제(Piaget)는 자신의 딸들의 꿈을 모아 분석하였는데, 아이는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꿈을 자주 꾸고 길어졌으며, 꿈 내용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나타났다. 그리고 새로운 사건에 대해 즉각적인 조절이 어려운 경우, 아이들은 깨어있을 때는 놀이(play)를 통해, 잠잘 때는 꿈(dream)을 통해 외부 현실에 적응해 나간다고 보았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꿈꾸는 회수나 기억에 있어 거의 어른 수준으로 안정되는데, 내용은 현재의 생활 상황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고, 가족과 집에서 벗어나 친구, 특히 동성의 친구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지고, 성차가 보다 확실해진다(Foulkes, 1982). 지금까지는 꿈에 관한 경험적인 연구가 상당히 부족한 현실인데, 앞으로는 이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들도 필요해 보인다. 최근에 이루어진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복 꿈에 관한 한 연구를 보면, 참가자 중에서 4분의 1정도가 반복 꿈을 꾼다고 보고하였으며, 반복 꿈을 꾸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불안 수준과 스트레스 수준이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최용석과 이영호, 2001). 그리고 대부분의 반복 꿈은 부정적인 정서를 담고 있었고, 불안 꿈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였으며, 쫓기거나 도망하는 꿈이 대부분이었다. 기억된 꿈에는 인류의 역사가 깃들여 있고, 한 인간의 원초적인 소망과 갈등, 해결 방안, 자기와 세상과 이웃과의 관계 등이 어우러져 있다. 갈등이 만성적이고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어려울수록 꿈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꿈을 두고 연상을 하면 때로는 너무나 의미 있는 기억에 부딪치기도 한다. 거의 언제나 바로 꿈꾸기 전날의 현실생활에서, 당사자에게는 중요한 일이지만 생각할 겨를도, 마음의 용기도 부족했던 주제나 사건들이 옛 사건이나 인물들과 연결되어 커다란 의미종합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윤순임, 1995). 그동안 정신분석에서는 자아심리학(ego psychology)과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의 발전과 더불어, 코헛(Kohut)의 자기애 연구, 컨버그(Kernberg) 등의 경계선 성격 조직 연구, 그리고 생후 3년 간 심리 발달에 관한 연구 등이 진행되면서 기억된 꿈의 현상학적 이해방식이 정착하게 되었다. 이에는 꿈의 자기기술 기능, 자기조절 기능, 자기노출 기능, 조직, 통합 기능, 정보처리 기능 등을 주로 다루게 된다. 잠잘 때와 같이 논리적 규칙과 사회적인 도덕 규범의 제재가 느슨해진 의식수준의 상태에서는 시각적 표상이 더 활발하게 활용되고 좀 더 창의적으로 정보처리를 할 수 있고 갈등해소 작업이 현실에서 보다는 더욱 가능하다. 그러므로 꿈을 꾸는 그 자체가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윤순임, 1995). 꿈은 평소에 의식하기 어려운 심층의 무의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특히 하루 종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꿈같은 것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우리 속마음을 알게 해준다. 잠잘 때 꾼 꿈의 의미가 적절히 이해되고 현실생활에 통합됨으로써, 우리는 보다 폭넓고 깊은 자기 이해가 가능해지고, 보다 근원적인 심리내적 통찰과 변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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