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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외적압력과 내적매력

ch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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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부부 위기는 이미 현실화되었다. 이혼율 47%로 세계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멀지 않아 이혼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살게 된다. 이혼이 보편화되면 자녀 양육의 문제, 약물 남용의 문제, 자녀 학대의 문제, 정체성 문제 등 수많은 문제를 안게 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 비용은 너무나 엄청나게 된다. 국가적 비용뿐만 아니라 가족 해체로 인해서 발생되는 문제는 사회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부부의 위기는 단지 부부만의 위기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위기이다. 이 글에서는 부부 위기의 원인을 몇 가지로 짚어 보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결혼을 유지하는 두 가지 중요한 요인은 외적 압력과 내적 매력이다. 외적 압력이란 부부가 안정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가해지는 압력을 의미한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압력은 집단주의 또는 가족주의 문화를 생각할 수 있다. 가족주의 문화에서는 개인보다 가족을 우선으로 하는 문화를 말한다. 더 나아가서는 개인의 선호도나 가치관보다는 집단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기준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이다. 개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치관을 위해서 살기보다는 가족이나 집단에서 요구하는 내용에 반응을 하고 적응을 하는 방식으로 살아왔다. 전통적으로 이혼을 어렵게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관은 여자는 시집을 가면 그 집에 귀신이 되어야 한다.에서 나타난다. 여자가 한 번 시집을 가면 그 집에서 죽지 않는 한 나갈 수 없다는 의미이다. 반면 내적 매력이란 부부가 서로 끌리는 정도를 말한다. 서로 좋아하는 특성들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나 집단의 기준과 상관없이 부부가 같이 삶을 영위하고 싶은 특성이 내적 매력이다. 결혼이 가장 안정된 상태가 되려면 외적 압력과 내적 매력이 동시에 존재해야 한다. 부부는 서로 충분히 좋아하는 상태에서 외적으로 이혼을 어렵게 하는 요인들이 있으면 부부관계는 아주 안정된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이 두 가지 관점에서 한국에서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는 요인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큰 두 가지 기둥은 산업화와 개인주의이다. 산업화로 인해 경제적으로 넉넉한 삶을 살게 된 한국인들은 개인의 가치관, 선호도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한국인들은 더 이상 전통적 가치관인 집단주의나 가족주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기 싫어한다. 한국인들은 개인주의 문화 속에서 개인의 행복이 중요한 가치관이 되었다. 가족의 번영이라는 가족주의 가치관이 이제 개인의 행복이라는 개인주의 가치관으로 변화되었다. 한국 사회는 집단주의 또는 가족주의에서 개인주의로 변화되는 시점에 있다.
외적 압력이 사라지게 되는 중요한 가치관 중 하나로 개인주의 이외에도 외적 압력을 사라지게 만든 요인으로 전통적 가부장적 가치관의 변화가 있다. 가부장적 가치관들은 남녀가 불평등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부부관계는 여필종부로 대변되는 수직적 관계를 가지고 있다. 부인들은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하는 구조 속에서 결혼 생활이 유지되었다. 이러한 희생은 곧 고부간에 갈등으로 나타나고 많은 가족들이 갈등 속에서 결혼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가족이 여자의 희생을 딛고 서있는 구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자들의 일방적 희생은 성적인 면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성적으로 이중기준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남성에게는 성적으로 개방적이면서 여성에게는 성적으로 순결을 요구하는 구조이다. 이러한 성적 이중 기준은 가계 계승이라는 대명제로 유지되어 왔다. 부인이 남자아이를 낳지 않으면 칠거지악 중 하나에 걸려서 쫓겨날 수밖에 없는 가족 구조 속에서 살아왔다. 남편은 아무리 부인을 사랑해도 부인이 남자아이를 낳지 않는 한 다른 여자와 성관계를 할 수 밖에 없다. 반면 부인에게 요구되었던 성적 순결은 가문의 대를 잇는 입장에서 이해된다. 만일 부인이 다른 성씨의 남자와 성관계로 아이를 갖게 되면 가문의 대가 끊어진다. 이런 이유로 여성에게는 엄격한 성적 순결이 요구되었다. 전통적으로 성에 대한 이중기준은 현대 사회에서 수많은 남성들의 외도로 이어지고 있고 여성들의 외도는 개인주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다. 외도로 인해서 발생되는 부부의 위기는 그대로 부부 이혼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으로 외적 압력에 의해 부부관계를 해온 한국의 부부들은 어떻게 서로 내적 매력을 증가시키는지를 모르고 있다. 이제 문화는 개인주의 문화로 바뀌어 가고 있지만 개인주의 문화를 어떻게 부부관계에 접목을 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 그동안 전통적으로 부모들이 보여주었던 부부관계는 서로 경계하고 떨어져 지내는 남녀 칠세 부동석이라는 가치관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부부가 서로 어떻게 친밀감을 표현하고 갈등을 해결하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자녀들에게 보여준 적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부부는 외적 압력이 없어진 상태로 서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삶을 살아야 하는 어정쩡한 상태이다. 나이든 세대들은 아직도 인내함으로서 결혼관계를 유지하는 방향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법적으로 이혼을 하지 않았지만 심리적 이혼 상태에 있는 부부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심리적 이혼 상태는 외부의 조그마한 충격에 쉽게 법적 이혼으로 가게 되며 우리는 IMF사태를 통해 적나라하게 경험하였다. 반면 젊은 세대들은 이제 인내를 하지 않는다.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의 행복이 가족의 행복보다 우선시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인내를 하기보다는 이혼함으로서 자신의 행복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면 한국인의 부부의 위기는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가?
한국 사회는 앞으로도 더 급속도로 개인주의 사회로 바뀌어 갈 것이다. 지구촌 사회(Global Society)시대에 개인주의 경향을 한국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경제적으로 넉넉해지면서 더욱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욕구들은 분출되어 나올 것이다. 이제 한국인들은 개인주의 관점에서 결혼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개인주의 관점에서 부부관계를 세우지 않고는 현재와 같은 가족 위기는 해결할 길이 막연하다. 따라서 개인주의 입장에서 부부관계 정립을 위해서 필요한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로 개인주의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인식해야한다.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다르다. 이기주의는 자신만을 생각하는 자기중심적 사상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해서 고통을 당하거나 말거나 자신만을 생각하는 사상이 이기주의이다. 이기주의는 개인주의 사회나 집단주의 사회 모두에서 경계해야하는 사상이다. 개인주의 사상은 개인의 삶을 먼저 세우고 난 뒤에 다른 사람들을 돌보고 보살피는 사상을 말한다. 개인없이는 다른 사람들과 독립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따라서 독립된 개인으로 먼저 태어나려는 노력이 곧 개인주의 사상이다. 개인주의 사상은 집단주의 사상의 다른 측면이다.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을 희생시키면서 집단의 가치를 강요한다. 반면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집단의 가치를 희생시키면서 개인의 가치를 강요하게 된다.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는 모두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부부는 서로 독립된 개인으로서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의 과제를 안게 되었다.
둘째로 결혼의 의미를 재정립해야 한다. 개인주의 입장에서 결혼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결혼은 개인들의 행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이다. 전통적 한국사회에서는 결혼은 집안간의 결합이거나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한 제도였다.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결혼은 독립된 두 개인의 결합이다. 독립된 두 개인의 결합은 곧 서로간의 내적 매력에 기인한다. 결혼을 하기 위해서 두 사람은 세 가지 측면에서 내적 매력을 생각해야 한다. 개인주의적 입장에서 결혼을 유지하는 요소는 헌신, 우정, 열정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골고루 균형을 이룰 때 결혼 관계는 원만하게 유지된다. 전통적 결혼은 헌신적 결혼이었고 현대인들은 열정적 결혼을 원한다. 그러나 두 가지 유형 모두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결혼을 위해서는 헌신, 친밀함, 서로를 즐겁게 하려는 열정이 조화를 이룰 때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셋째로 부부는 서로 이 세 가지 요소를 어떻게 균형있게 발전시키는가이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제대로 부부관계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대화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부부관계는 그냥 주어지는 관계가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 만들어가야 한다. 서로 partnership을 가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부부는 동반자이다. 그러나 많은 부부들은 house mate, food mate, sex mate로 삶을 산다. 가장 중요한 soul mate가 빠져있는 것이다. 부부는 서로 영혼을 나누는 동반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 남편이 또는 내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무엇을 느끼면서 무슨 삶의 목표를 가지고 살고 있는지 서로 알아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서로 나누기 위해서는 존중, 인정, 타협, 협상 등과 같은 많은 필요한 덕목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영혼의 동반자는 서로 많은 대화와 노력 그리고 양보와 용서, 회개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영혼의 동반자는 곧 삶을 같이 살아가는 순례자라는 인식을 가질 때 가능하다.
한국의 부부들은 이제 인식의 전환을 가져야 한다. 전통적 부부관계에 안주하거나 전통적 부부관계에 무조건 반발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하면 부부는 위기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위기를 겪지 않거나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과 더불어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독립된 성인으로 서로를 대하려는 입장, 서로를 배려하면서 알아가려는 노력, 서로를 끝까지 가슴에 품고 같은 길을 가는 동반자로서의 의식 등이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부부들에게 너무나 필요하고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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