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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기] 사랑의 기적

ch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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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적

인간의 마음속 깊이에는 자기를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강한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

몇년 전부터 장모님이 부쩍 자리에 눕는 횟수가 잦아졌다. 그때마다 연락을 받은 아내가 서둘러 내려가 보면 이상하게도 위독하다는 장모님의 병세가 호전되곤 했다. 모처럼 보고 싶었던 딸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활기를 되찾게 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보고 신경성이라며 일축해 버린다. 그러나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다.

부부의 정이 그리 살뜰하지 않았던 장모님은 자식들에게 유달리 정을 쏟았다. 특히 6남매의 맏이인 아내에게는 유별난 기대와 사랑을 쏟아부었다. 그러다 자식들이 성장하여 다 떠나버리자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요즈음은 병세가 더욱 악화되어 거동도 못할 때가 많으시다. 그런데도 큰딸만 나타나면 친구처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기도도 함께 한다. 그러노라면 기적처럼 생명의 불꽃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일본 의학계의 한 보고에 의하면, 인간은 사랑을 하는 순간부터 노화가 중단된다고 한다. 독신 노인이 이성을 만나 사랑하는 순가부터 날마다 죽어 가던 뇌세포가 거짓말처럼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다. 사랑이 깃든 만남이 죽음이라도 물리칠수 있을 만큼 위대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켄터키 루이빌 의과대학에서 공부할 때, 나는 사랑의 만남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가를 체험한 적이 있다. 어느 부부가 이혼을 하면서 여섯 살 난 아들을 다른 집에 양자로 보냈다. 아이는 그 후 양부모 밑에서 자랐다. 양부모는 걸핏하면 아이를 때리고, 심지어는 아이만 집에 남겨 두고 며칠씩 부부만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양부모에게 학대를 받으면 받을수록 아이는 자기를 버리고 떠나간 부모를 원망하였다. 아이는 12살 때부터 가슴에 무기를 품고 다녔다. 자신을 버린 친부모를 찾아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가슴에 차곡차곡 쌓인 그 아이의 원한은 드디어 22세 때 위를 파괴시키는 병으로 터져나왔다. 그는 병원에서 위절제수술을 한 뒤 퇴원했으나 8개월 만에 다시 입원하여 남은 위의 절반을 잘라 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6개월 만에 세 번 째로 입원하고 말았다.

병원에서는 그에게 수술이 아니라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상담을 통한 치유의 과정이 시작되었다. 상담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자신을 버린 부모에 대한 원한에서 이 병이 비롯된 것이므로 친부모를 만나 용서하고 화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소문 끝에 가까스로 그의 어머니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상담실 목사가 그들의 만남을 주선했을 때 아들은 며칠 동안 그의 어머니를 쳐다보려고도 안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용서를 빌면서 하염없이 울었다. 사흘 만에 아들은 어머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을 붙들고 울던 모자는 마침내 서로를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때부터 아들의 위에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위벽을 녹이던 강한 산성의 소화액이 줄어들면서 스스로 치유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얼마 후 아들은 완치되었다. 세 번째 위절단 수술을 할 경 치명적이었을 아들의 건강상태가 어머니를 만나 진정한 화해를 이룸으로써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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