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의 위기와 해결
최근에 한국에 찾아온 경제위기로 인해서 많은 가정들이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부부간의 갈등과 이혼 그리고 가정의 붕괴라는 현상을 한국사회가 직면하면서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해야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현재의 경제 위기는 오랫동안 누적된 경제 구조의 문제점을 반영하고 있듯이, 현재 한국 가정의 위기 역시 오랫동안 누적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노출된 것으로 보아야한다. 한국 가정의 위기를 여러 가지 각도에서 조명을 할 수 있다. 산업사회와 가족제도의 변화라는 각도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기독교의 측면에서 문제를 극복하는 방안을 살펴보기로 한다.
많은 한국 가정의 위기는 부부간의 친밀감의 결여에서 발생된다. 대가족 제도에서 부부간의 관계는 주로 역할에 의해서 관계가 유지되어왔다. 남편은 사회에서의 역할에 충실하였고 부인은 가사의 일에 충실하였다. 남편을 일컬어 '바깥주인' 그리고 부인을 일컬어 '집사람 혹은 안주인' 이라고 부르는 호칭은 대가족제도의 역할을 강조하는 호칭이다. 대가족제도에서 부부관계는 부부라는 당위성에 의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한번 부부로 맺어지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헤어지면 안 된다는 당위적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부부관계는 서로간에 불만이 있거나 관계가 불편하다 할지라도 당위적 생각에 의해서 이러한 모든 불만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부부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왔다.
산업사회의 등장으로 인해서 부부관계의 고정된 역할은 더욱더 강화되었고 부부관계를 지탱하던 당위적 신념은 급속도로 약화되었다. 부부관계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산업사회에서 남편은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게 되었고 이로 인해서 부부간에 더욱더 거리가 멀어지게 되었다. 남편의 직장에서 하는 일들에 대해서 대부분의 부인들은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태로 살아가게 되었고 남편들은 부인들이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집안 일을 하는 동안에 얼마나 힘들고 피곤하게 사는지 알지 못한 상태로 살아가게 되었다. 남편과 부인은 서로간에 이해할 수 있는 여지와 공간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사라지게되는 여건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신념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남편과 부인은 각각 자신의 권리를 찾는 생각이 부부관계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부부가 각자의 권리를 강조하는 개인주의적 사고방식은 산업의 발전을 등에 업고 들어온 서구사회의 논리였다. 개인주의의 등장으로 인해서 부부관계를 무조건적으로 지탱하던 당위적 신념은 급격히 약화되게 되었다.
당위적 신념의 약화와 부부관계의 고정된 역할의 증가로 인해서 부부관계는 심각한 위험을 맞이하게 되었다. 남편들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부인들은 정서적으로 더욱더 외로움을 경험하게 되었다. 부부가 살아가는 햇수가 증가할수록 남편의 일의 세계와 부인들의 가정의 세계사이에 더욱더 많은 괴리를 경험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서 남편과 부인은 각각 서로의 세계에 대해서 이해를 하지 못한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서로 힘들고 어려운 상태에서 살기 때문에 남편은 부인에게 위로를 받으려고 하고 부인은 남편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게 되었다. 서로간에 심리적 에너지를 충족하려는 강한 경향은 부부로 하여금 많은 갈등을 필연적으로 갖게 하였다. 한편으로 부부관계를 유지하던 당위적 생각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많은 부부갈등을 경험하는 부부들은 자신들이 무엇 때문에 부부관계를 유지해야하는지 당위성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많은 고민과 갈등에 빠지게 된다.
현재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경제위기는 고민과 갈등에 빠진 부부들을 일시에 타격을 주어서 가정이 와해되는 직격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마도 경제위기가 아닌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하더라도 한국의 가정은 같은 위기를 경험할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결혼이 더 이상 자신들의 정서적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힘들고 피폐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 부부들은 경제위기와 같은 거대한 스트레스 앞에 정말로 힘없이 결혼을 포기하고 마는 행동을 하게된다. 이러한 행동들은 대중매체를 통해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전달되었다. 엄마의 가출로 인해서 생긴 소년, 소녀의 가장들, 부부간의 갈등으로 인해서 생긴 남편 혹은 부인의 살해 현상들, 남편의 무관심으로 인해서 생긴 부인들의 정서적 어려움, 부부간의 외도 등 많은 현상들이 부부관계의 현주소를 반영하고 있다.
성경은 부부관계의 중요성을 매우 강도 높게 언급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의 창조 이야기와 부부가 한 몸을 이루라고 하는 하나님의 명령이 성경의 거의 처음에 언급되고 있다. 또한 예수님과 성도들의 관계를 부부관계의 비유를 통해서 언급하고 있다. 성경은 부부관계의 중요성을 당위적 신념과 정서적 친밀감이라고 하는 두 가지 측면에서 동시에 언급하고 있다. 당위적 신념의 측면에서 볼 때 예수님과 성도들이 서로 나뉘어질 수 없다는 사실에서 잘 나타나 있다. 예수님은 성도들을 위해서 목숨을 버리고 성도들은 순교를 통해서 예수님에 대한 신앙을 지킨다. 남편은 자신의 부인을 목숨을 걸고 지켜야하는 예수님의 희생의 정신이 요구된다. 부인들에게는 남편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순교자적 각오를 가지고 삶을살아야한다.
정서적 친밀감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예수님과 성도들 간의 사랑은 강요나 강제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은 성도들을 향해서 충분히 참으시고 인내하여 성도들이 예수님을 진심으로 사랑하도록 은혜를 베푸신다. 즉 예수님과 성도들이 부부로서 서로 충분히 사랑하고 마음속에 정서적으로 충분히 친밀감을 유지하도록 한다. 마찬가지로 남편과 부인은 서로 정서적으로 충분히 친밀감을 갖도록 해야한다. 정서적으로 충분히 친밀감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 부부는 서로 많은 시간을 같이 공유하도록 해야한다. 많은 시간을 공유하면서 서로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서로 나누는 시간은 서로를 설득하고 변화시키려는 노력과 다른 활동이다.
많은 부부들이 서로를 자신의 틀에 맞추기 위해서 노력하기 때문에 서로간에 갈등을 야기한다.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을 그냥 말을 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자유는 상대방에 남겨두는 활동이 곧 나누는 활동이다. 먼저 부부간에 충분히 서로간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정서적 친밀감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부부간에 서로의 장점을 보고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국 사람들은 잘못된 일을 지적하고 야단치는 일에는 대단히 익숙한 편이다. 특히 가까이 지내는 사람일수록 야단을 치는 행동을 하게되는데 야단치는 행동이 친밀감을 표현하는 하나의 척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야단을 치는 일도 중요하지만 부부간의 관계에서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서로 지치고 힘든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위로와 인정하는 일은 부부관계의 정서적 친밀감을 증진시키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예수님의 용납하고 위로하는 태도가 부부들에게 특히 필요한 일이다. 남편과 부인 모두가 서로를 인정하고 용납함을 통해서 정서적 친밀감을 증진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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