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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영성과 치유

ch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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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과 치유

나에게 있어서 치유의 체험은 몇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그것은 객관성이나 이성적으로 설명이 안 되지만 나의 삶에 있어서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 준 계기가 되었고 그것을 통해서 영적 성장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사건이 있기 전까지도 나를 변화시킨 요인들이 많이 있었다. 즉 사람과의 만남과 사귐, 성경을 통한 새로운 깨달음, 그리고 책을 통해서 습득된 지식 등도 영적인 성장과 가치관이나 세계관 등, 나의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삶의 큰 흐름을 바꾸어 놓은 변화와 성장은 다음에 소개하고자 하는 사건이다.

미국에서 목회를 하면서 가족의 건강문제로 모든 것을 포기해야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진행되고 있었다. 가정도 깨어지고, 목회도, 나의 비전도 그리고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어버릴 상황이었다. 그러한 어려움과 아픔의 한가운데에서 육체적인 건강, 정신적인 의지, 그리고 영적인 하나님과의 관계, 모든 것이 고갈되고 있었다. 내 마음 속에는 지치고 두려운 어떤 것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첫 번째 사건은 바로 자동응답기에 녹음된 내용이었다. 미국 오순절계통의 한 여자 교인이 전화를 하였는데, 아내의 이름과 우리 집 전화번호를 정확하게 알아서 전화를 했다. 그가 전한 메시지의 내용이 바로 이사야 41장 10절 말씀이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우리가정의 문제를 알고 계시고, 이 고난과 어려움 중에 함께 하시며, 마침내 승리하도록 도우시겠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믿지 못하고 무시해 버렸다. 그러나 자신의 전화번호를 남긴 이 여인에게로 전화를 해 보았다. 그가 나를 알 수 있는 아무런 조건이 없었다. 단지 본인이 기도 중에 성령께서 우리 가정에 전달하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것 밖에는 없었다. 나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러면서 하나님께 진심으로 기도한 것이 있었다. 정말 하나님께서 나의 어려운 형편을 안다면 목회를 하면서 빚을 진 육천 불을 갚아달라는 내용의 기도였다. 그런데 사흘 뒤에 한국에 있을 때 3년간 목회했던 회사의 박장로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것은 유학을 갔는데도 불구하고 한 번도 돕지 못했는데 육천 불의 돈을 보내겠다는 내용이었다. 정말 며칠 뒤에 그 돈이 송금되어 왔던 것이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도응답에 대한 설교나 또는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지만 이렇게 실감나게 체험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꿈을 통해서였다. 꿈에 아내와 함께 큰 건물을 나서는데 아내가 조그만 안내 책자를 손에 집어드는 것이었다. 어떤 책인가 하여 보았더니 내가 모르는 영어가 책 제목에 적혀 있었다. 꿈에서 깨어나서 영한사전을 찾아보니 그것은 바로 사명자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세 번째 경험을 하고 난 다음에 가슴속에 거부할 수 없는 무엇인가 자리잡아가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나의 형편과 아픔과 고통을 알고 계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붙드시며 마침내 하나님의 사람으로 쓰시겠다는 소망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런 고백을 드리게 되었다.

하나님, 진실로 당신은 성경에 말씀하신 그대로의 하나님인 것을 믿습니다. 지금 비록 나의 상황의 변화나 새로운 것은 없었지만 불가능하게 보이는 모든 문제까지도 해결해 주시는 분이 바로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하나님에 대한 새로운 신뢰와 믿음이 마음속에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후 몇 가지 내 마음과 생각, 그리고 감정과 행동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하나님께서 나를 홀로 버려두신 것이 아니라는 믿음이 생겼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과 뜻이 있다는 사실이 그대로 믿어졌다. 그래서 현재에 겪고 있는 어려움이 절망이나 파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나와 우리 가정을 새롭게 만들어가시며, 나의 비전을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의 과정 속에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속박과 고통이 더 이상 나를 침체나 낙심 가운데 머무르게 하지 못한다는 소망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사건과 상황에 매이지 아니하고 이 문제를 풀어가시는 하나님과 더불어 새로운 목적지를 향하여 나아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따라서 나로 하여금 원망과 불평과 후회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과 사건들에 대해서 새롭게 해석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찾아왔다. 내 아내를 진정 다시 사랑해야 한다는 마음과 가정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겠다는 목표가 싹트기 시작했다. 내 자신을 스스로 포기해서 마음대로 했던 일상생활이 균형 잡히기 시작했다. 인내가 생기기 시작했고, 사랑스러운 마음이 생기며, 나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좋아했던 영화와 텔레비전 보는 것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 시작했고, 기도와 예배 그리고 찬양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교회에서 철야를 하고 금식을 하면서 하나님 앞에서 나를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물론 당장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았다. 하나님과 지속적으로 만나는 시간을 갖고 모든 생활 속에 하나님을 의식하며 살아갈 때에 위에서 열거했던 변화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구체적이고 보여지는 현실적인 치유의 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 나 자신을 강하게 묶고 있었던 것들로부터 구체적으로 자유하기 시작했다. 또 이러한 생활과 사고의 변화는 더 깊은 하나님의 말씀과 뜻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하나님의 위로와 회복하심이 삶 속에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반대로 회복과 치유가 진행되고 삶의 현장에서 평안이 찾아올 때 또 다시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갖게 되었던 시간과 사고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은 이전 내가 이러한 사건을 경험하기 이전의 생활과 불신앙으로 돌아가게 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통해 또 다시 회복되어야 할 나 자신을 발견하도록 했다.

이와 같이 치유라는 것은 상처나 아픔 이전의 모습을 단순히 회복하는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회복과 더불어 성장이라는 모습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즉 상처 이전의 모습에서 성장된 모습을 갖게 되는 것이 치유의 의미이다. 그러나 이 치유가 최종목표는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날마다 치유를 경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치유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바르고 정확한 모습을 알아가며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가지고 교제할 수 있는 단계에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이것을 영적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치유를 통해 그 증상이나 현상이 회복되는 것만이 아니라, 하나님과 지속적인 교제를 통해서 위로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풍성함을 경험하고, 자신의 삶속에서 즐거운 헌신과 섬김이 생활과 습관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어떤 교수는 영성이란 존재론적인 의미에서 영이라는 실재를 통한 자아초월적인 능력 그 자체를 말할 뿐 아니라, 구체적인 삶 속에서 그 초월적인 경험을 현재적인 삶으로 실현하고 통합하려는 그 과정과 실체를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용어 라고 정의하였다. 즉 나의 삶의 현장이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인정하고 의식하면서, 그 하나님과의 관계로 인해서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사고와 감정과 행동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미국 메릴랜드에 있는 로욜라 대학의 영성학자인 로버트 윅스(Robert J. Wicks)는 영성은 건강한 심리적인 삶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건강한 심리적인 자원들은 영성의 성장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즉 나의 경험과 생각 등 나의 삶의 현장 속에 늘 하나님의 임재를 의식하며 그 관계를 귀하게 여기는 것, 또한 그 주님과의 관계 때문에 내 삶 속에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일들을 사랑하며 기쁘게 감당하는 것, 그것이 치유된 사람이요, 또 영적인 성장을 이루어가는 사람이다. 영적인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 치유는 또 다른 상처에 노출되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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