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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욱] 감정과 사랑의 차이

ch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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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사랑의 차이

조원욱 | 본원 교수, 영성상담연구소장


인간에게 주어진 생은 짧다. 또한 사람마다 특성이 다르고 생각이 같지 않으며, 의식을 지배하는 무의식 창고가 개개인의 내면 세계에 있다. 인간은 무엇을 하든지 의식하는 기관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숱한 감정의 표출이 생겨난다. 어떤 마음(편안, 불안 등)이냐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며 그런 상황을 사진 박듯 그려내는 것이 자화상이다. 자화상은 우리의 생명이 존재하는 한 일초도 쉬지 않고 그려지고 그에 따라 우리 자신(인격)이 만들어진다. 흔히 타인을 보면서 쉽게 하는 말이 있다. "저 사람 참신한 인격자 같다." 또는 "저런 자도 인간이냐?" "짐승보다 못한 인간" 등 하나같이 보여지는 겉모습으로 우리들은 인간의 전부를 평가, 판단하며 더러는 자기경험대로 보고 태초에 하나님으로부터 지음 받은 인격조차도 매도해 버린다.

한때는 사랑했던 가까운 사람, 절친했던 사람 사이에 이러한 문제가 때때로 일고 있어 마음 아프게 한다. 여기서 자기 인격이 짓밟힘을 당한 쪽은 자기를 잃어버리게 되고 삶의 욕구나 생에 대한 애착도 상실하여 자포자기, 우울증, 정신질환, 급기야는 소중한 목숨조차도 버리는 슬픈 일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인간을 바라봄에 있어서 보여진 겉모습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종종 우리는 "저 사람 속에 그런 면이 있는 줄 몰랐다." "깜짝 놀랐다" "다시 봐야겠다." "대단하다" 등등 자기 주관적인 판단에서 오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눈빛만 보아도 무엇을 말하고 또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단지 내 감정 즉 마음이 평안할 때 말하는 것일 뿐 내가 화나고 상대방이 내 마음을 볼라준다고 느껴지는 순간부터 사랑은커녕 원수처럼 보여서 꼴도 보기 싫은 지경이 되고, 고통을 아무리 외쳐도 내 귀엔 들리지 않는 메아리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하는 이 세상에 참된 사랑으로 가족이나 이웃을 사랑하는 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 강도 만나 쓰러진 이름 모를 이웃에게 선뜻 다가가서 값비싼 옷자락을 찢어 상처를 동여매줄 사람은 누구이며 아무런 조건 없이 내게 있는 것이다. 내어주므로 그의 아픔을 치료해줄 사마리아인의 자격이 과연 우리들에게 있을까? 참 사랑이란 끊임없는 관심이다. 관심은 곧 불안을 평온으로 덮어주는 추운 날 외투와 같아서 어떠한 어려움이나 고칠 수 없는 질환까지도 다스릴 수 있게 한다. 이런 것들이 머리로는 쉽게 이해되지만 실천하기란 무척 어렵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감정의 희비가 무쌍하여 불같은 감정을 억제할 통제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가령 내 곁에 있는 가까운 사람이 심한 통증을 동반한 증상을 가졌다 해보자. 기분 좋을 때는 빨리 완쾌되기를 기도하고 약도 구해주고 영양분이 많은 맛있는 음식도 대접하며 극진히 섬길 것이다.

그러나 그가 내 마음에 좀 안 들거나 기분이 상한 말이라도 몇 마디 한다면 일분도 안되어 자신의 변해 있을 모습을 볼 것이다. 일그러진 표정과 분노의 눈, 독기 찬 혀와 증오로 뒤덮여진 감정이 이글거리는 것을… 이러한 악마처럼 돌변한 내 모습이 상대에게 심각한 자극이 되어 병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그때 나의 들뜬 감정(분노, 증오, 억울함, 원망, 미움 등) 은 상대방의 좋았던 것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도록 철저히 축대를 높이 쌓아 올리고 "어쩌면 저럴 수가 있느냐" "더 이상 못 참겠다." "나는 할만큼 했다." "억울하다" "너무 한다" "괴롭다" 등등을 외치며 온갖 자기 변명거리로 상대방의 입을 막아버린다. 이렇게 옴짝달싹 못하도록 짓눌러 숨통을 조이면서도 "나는 할만큼 했노라" "최선을 다 했는데 상대가 기대치를 세워놓고 나를 괴롭혔을 따름이다" 라고 자기를 합리화한다. 마음 이런 사람들은 자기가 하던 일이 잘 안되면 시대를 잘못 만난 탓이고 상대가 잘못하여 그렇다고 원망한다. 내 속에 쌓인 감정의 응어리, 쓴 뿌리가 뽑아져 내 자신이 천사의 마음을 가졌을 때에는 자기 기분(감정)에 좌우되는 친절이 아닌 무조건적 사랑으로 행하게 된다.

오래 참음(편한 마음으로 이해해줌)으로 상대방이 참된 사랑이 무엇인가를 깨달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준다. 이와 같은 것들은 우리들의 숙원이자 신앙인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내면에 뿌리 박힌 쓴 뿌리를 제거할 수 있을 때 퍼주어도 다시 채워지는 샘물처럼, 우리들 가슴속에는 사랑하므로 참을 수 있는 기쁨이 솟아날 것이다.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내적 치유를 받아서 외부에서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마음, 건강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상대방이 결점 투성이고 못나 보일지라도 사랑으로 푸근히 안아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파랑새가 되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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