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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청소년과 부모의 역할

ch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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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오늘날 부모들이 청소년에 대해서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할 것인가에 관한 내용이다. 부모들은 자신 만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며 청소년들을 문제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을 이해하기 보다는 문제시함으로써 문제를 키우는 경향이 있다. 청소년들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청소년 문제를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부모들은 자신들의 시각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여유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부모들이 오늘날을 살고 있는 청소년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시각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보는 청소년이고 두 번째 시각은 청소년의 관점에서 보는 청소년이다. 어떤 입장과 시각이냐에 따라 청소년들을 이해하는 방식이나 인도하는 방식은 큰 차이를 갖는다.

먼저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청소년들을 이해할 수 있겠다. 이것은 청소년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바람직한 태도나 삶의 방식을 기성세대들이 생각하는 가치관으로 청소년들에게 가르치는 입장이다. 이 관점이 가지고 있는 강점은 청소년들이 사회인으로서 바람직한 태도나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습득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사회의 안정적 발전을 이룬다는 강점이 있다. 기존의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을 후대에 전승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관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이러한 강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이 관점은 단점을 갖게 된다. 청소년들의 특성과 관계없이 사회적 가치의 획일화 현상 등에 직면하게 된다. 사회의 변화가 빠르지 않은 시대에는 기성세대의 관점은 사회의 안정과 청소년들의 보호의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기존 사회의 가치전수와 같은 시각은 청소년들에게 위협적일 수 있다. 청소년들의 자율성과 창조성이 존중되지 않아서 그들의 자율성과 창조성의 출구는 자칫 이기성과 질서의 파괴라는 새로운 양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문제시 되는 청소년들의 폭력현상은 이러한 맥락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청소년들의 즉각적이고 반사적 행동 특성은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보면 기존의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위협적 행동특성으로 오해될 소지를 안고 있다. 버릇없는 청소년', 건방진 청소년', 이해할 수 없는 청소년' 등의 기성세대의 불만은 곧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기성세대의 불만은 청소년들의 자율성, 창조성, 즉각적 반응 등과 같은 행동특성을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특성으로 규정을 하게 되어 질타와 비판의 대상이 된다. 청소년들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존재가 이해받지 못하고 개인적 능력이 무시되는 심리적 압박감을 경험하게 되어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행동특성을 보이게 된다.

한편 청소년들의 시각에서 청소년들의 행동특성을 이해하는 시각이다. 이 관점에서 청소년들을 이해하는 시각은 상당한 위험성을 안고 있다. 기존의 사회질서와 사회문화적 가치관들이 송두리째 부정되거나 낡은 가치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 “전통적 가치관은 고리타분하고 새로운 맛이 없어서 변화하는 새로운 시대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라는 그릇된 생각을 갖게 될 수 있다.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삶의 특성이야말로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는 행동양식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생각은 곧 기성세대의 반발을 가져오며 기성세대와 청소년 세대간에 힘겨루기의 시대적 갈등을 초래하게 된다.


이러한 인식의 기초는 청소년들의 행동특성을 청소년들의 고유의 관점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한다. 청소년들의 행동특성은 기성세대의 관점과 대립되거나 도전하는 삶의 양식으로 자리매김을 하기보다는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삶의 양식으로 이해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순발력, 자아정체성, 개인주의적 자율성, 창의성, 즉각적이고 즉흥적인 행동양식들은 기성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유산과 삶의 지혜를 더욱 풍부하게 하여 우리의 현대 사회를 더욱 풍요로운 사회로 만들어가게 된다. 청소년들의 행동특성이나 삶의 양식들이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되고 해석될 때 청소년들이 변화하는 현대의 사회 속에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된다.

청소년들이 보이고 있는 자유로운 의상, 머리모양, 음악형식, 즉흥적 반응, 버릇없어 보이는 듯한 과감한 말대꾸, 자신만을 염두에 두는 듯한 행동양식, 자신만의 의견을 주장하는 듯한 태도 등은 청소년들의 고유의 관점에서 이해되고 받아들여져야 한다. 기성세대의 이러한 관용과 폭넓은 이해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자유로움과 풍요함 속에 살게 하며,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창의적이며 자율적인 힘이 건설적이며 창조적인 삶의 양식으로 나타나게 된다. 만일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힘들이 억압되고 무시될 때 청소년들의 행동특성은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양상으로 번지게 된다.

현대의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행동특성에 대한 인식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어떤 종류의 인식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 속에서 서야 할 위치와 맥락은 크게 달라진다. 청소년들의 행동특성을 그들 나름대로의 고유한 특성으로 이해하는 시각은 최근에 청소년들의 학원 폭력사태에 대한 하나의 해결점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기성세대의 관점만을 청소년들이 따라야하는 삶의 태도로 강요하는 방식은 청소년들이 그들의 고유한 삶의 양식을 파괴적으로 발산할 수밖에 없는 현상을 초래한다.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삶의 양식들을 우리 사회의 기성세대들이 갖지 못한 또 다른 특성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의 사회는 더욱 풍요로운 사회로 발전하게 된다. 기성세대의 원숙함과 문화적 유산을 담은 지혜와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생기발랄함과 창의성의 만남은 건강한 청소년과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부모가 청소년들을 보는 관점의 변화와 더불어 부모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 청소년들을 전통적 방식처럼 통제만 하는 방식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더욱 청소년들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부모가 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이 더욱 청소년이 되기 위해서 부모는 청소년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는 부모의 역할이 필요하다.


부모는 청소년들을 대할 때, 청소년들이 어른으로 되어가는 시점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의미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가 많이 변해야 하는 점을 말한다. 동등한 어른으로서의 관계도 필요하고 때로는 아이를 수용하는 마음으로 청소년을 대하는 관계도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부모는 유연하고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 만일 부모가 유연하거나 성숙하지 못하게 되면 청소년들을 어른으로 인정하지 못하거나 아이로서 수용을 하지 못하는 관계가 형성된다. 이렇게 되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많은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부모들은 자신들을 성찰하며 아이들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형성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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