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하게 된다는 것은 나와의 생각이 다른 것을 수용하고 나와 다른 문화를 수용하고 인정하겠다는 헌신(Commitment)의 과정이다. 그러나 나의 욕구 충족만 주장하고 타자의 욕구와 기대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갈등으로 많은 가정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세상적으로 많은 것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가정이 건강하지 않으면 어떤 명예와 재물도 별 의미가 없다. 하지만 가정의 어려움을 겪고, 깨어진 뒤에서야 비로소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이 있다. 왜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을 하여 만나서 살아가는 과정에 갈등과 어려움을 겪어 나갈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이 칼럼에서는 정신역동적(Psychodynamic) 입장에서 그 원인과 해결 방법들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무의식적 동기는 자라나는 성장과정에서 욕구가 좌절되는 경험때문에 생겨나는 유아기적 상처에 의해 발생한다. 어머니로부터 거부를 당하거나 자신의 감정이 반영되지 못하는 감정적 고립을 겪거나, 지나치게 억압하여 통제를 받는 억눌린 경험들을 통해서 무의식적 상처를 받게 된다. 이러한 좌절된 욕구들을 가지고 성인기에 들어가면 어릴 적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는 배우자를 찾아 나서게 된다. 배우자가 될 사람과 만나서 연애하는 기간에 무의식적으로 상대편이 자신의 무의식적인 상처를 치유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게 되고 이 환상 때문에 연애기간에는 상대편의 단점과 부정적인 것들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결혼의 위기는 배우자를 선택하여 살게 되면서 원래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배우자에게 기대했던 것들이 충족되지 않을 때 발생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자신도 잘 모르는 자신의 무의식적 상처를 나의 배우자가 자동적으로 알고 거기에 응하여 그 기대를 충족시켜 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는 것이다. 마음으로 통하든 눈짓으로 통하든 서로가 말을 안 해도 상대편의 무의식적 상처를 알고 충족시켜 주면 좋지만, 이렇게 될 수 있는 부부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부부는 자신의 무의식적 상처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더 나아가서 나 자신도 모르는 나의 무의식적 상처를 배우자가 알고 그 욕구를 충족시켜줄 것이라는 환상을 갖는다. 이러한 결혼의 단계는 무의식적 결혼(Unconscious Marriage)의 수준이다. 유아기 시절에 바깥세상에 “응애”하고 자신의 욕구를 알려 주었지만 반응이 없을 경우 유아는 자신의 욕구에 무엇인가 잘못 되었는지 의심하게 되고 이러한 좌절한 경험들이 연속되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할 때 부정적인 방법으로 바깥대상과 연결하려고 한다. 상대편 배우자에게 자신을 알아주고 인정해주고 수용해 달라는 표현을 바가지를 긁거나 잔소리와 같은 부정적 대체 표현을 통해 배우자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이러한 무의식적 결혼 수준에서 행복한 결혼을 위해 첫 번째로 해야 될 작업은 본인의 무의식적 상처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나의 무의식적 상처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가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무의식적 상처들을 부정(denial)하려고 기억하지 않거나 억압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억압된 무의식적 상처를 배우자가 보는 앞에서 상담자의 도움을 통해 드러나게 하고 배우자가 수용하고 이해한다면 자신의 무의식적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치료적 순간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배우자가 자신의 무의식적 상처를 기억하고 밝혀냈다면 그 상처를 극복하고 치유하기 위해 배우자에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도록 도와주는 작업을 한다.
이때 배우자는 자신의 상처와 연결하여 방어하거나 회피하려기보다는 전적으로 배우자를 수용하고 무의식적 상처로부터 나오는 감정들을 수용하는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상대편 배우자의 상처가 무엇이었는지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배우자가 자신의 상처를 말할 때 다시 요약하여 반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과정은 나의 배우자가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고 나에게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작업의 단계이다. 이러한 과정을 녹음하여 서로 듣게 하는 것도 상대방을 진정으로 알 수 있게 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 이러한 무의식적 기대가 서로에게 알려지고 배우자에게 원하는 기대가 의식화되면 무의식적 결혼의 단계를 극복하여 의식적 결혼(Conscious Marriage) 단계로 들어간다.
또한 상대편 배우자의 무의식적 상처를 수용한 배우자는 상대편 배우자의 무의식적 상처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 뿐만 아니라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상대 배우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무의식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부모에게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자신에게 표현하도록 허용한다. 즉 자신을 상대편 배우자의 무의식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치유의 도구로 내놓는 것이다. 배우자의 분노와 부정적인 감정들을 수용하는 감정의 용기 (Container)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노 표현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상대편 배우자에게 “여보! 나, 지금 당신한테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 한 30분 정도 내 말을 전적으로 수용하면서 들어 줄 수 있어?”라고 물어보며 상대편 배우자에게 준비하도록 요청한다. 상대편 배우자는 이러한 부탁에 응하여 배우자의 감정에 대하여 전적으로 수용할 것을 동의한다. 동의를 했다는 것은 상대편 배우자의 말에 대해 방어하거나 되받아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타당성을 인정 (Validation)하고 수용하여 상대편 배우자가 안정감을 가지도록 한다. 이러한 구조화를 통하여 안정된 들음'의 공간을 확보하고 이제는 상대편 배우자에게, 배우자의 행동으로 인하여 화가 나게 된 사건들을 말하게 한다. 이때 될 수 있으면 장황하고 길게 말하는 것 보다는 짧게 “ 당신이 지난 주일 예배 끝나고 아이들 앞에서 나에게 핀잔 줄 때 나는 너무 당황했어”라고 명확하게 표현하도록 한다. 화나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상대편 배우자는 배우자가 표현한 분노를 수용하고 그럴 수 있겠다는 타당성을 인정하고 앵무새 화법 (상대편이 말한 것을 자신의 말로 요약하여 다시 말해주는 기법)을 통하여 배우자에게 다시 말해준다. 이러한 과정은 자신의 분노를 말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소리가 바깥에 들려진다는 안전한 감정을 가지게 해준다. 어릴 때 자신이 내는 소리가 묵살되거나 반영이 안되었다는 절망감으로 바깥대상에 대한 사랑의 에너지를 철회하여 자신에게로만 사랑의 에너지가 쏠리게 되면 병리적 자기애를 형성하게 된다. 반면에 성인이 되어서 나의 배우자가 자신의 소리를 들어주고 방영해 준다는 것은 나의 문제를 스스로 확인하고 풀 수 있는 힘을 제공해 주는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다음 과정으로 배우자가 화나게 한 사건에 관하여 감정을 표출하도록 하는 작업을 한다. 화를 내며 소리를 질러도 좋고 종이 방망이를 동원하여 분노를 표출하도록 해도 좋다. 이러한 배우자의 감정 표출에 대해 상대편 배우자는 공감적으로 수용하고 경청한다. 공감적 수용이란 상대편 배우자의 감정에 자신을 이입하여 “여보 당신이 지금 나한테 상당히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 당신이 그때 그렇게 당황한 줄 몰랐는데 지금 절실하게 느낄 수 있어.” 등의 표현으로 반응을 하는 것이다. 다음 과정으로 감정적인 폭발을 하도록 하여 감정정화 (Catharsis)를 가져 오도록 하며 상대편 배우자는 감정폭발을 한 배우자에게 신체적으로 안아주어 감정이 수그러 들고 안정을 찾을 때까지 공감적 태도로 반응한다. 소파에 편안하게 배우자의 품에 안기어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릴 적 받아들여지지 못한 경험을 치유하고 배우자를 통해 받아들여지는 느낌과 감정을 강화하도록 돕는 작업이다. 이러한 감정의 폭발과 수용과정을 한 뒤 다음 단계로 행동적인 측면에서 생각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잠깐의 휴식을 취하면서 감정모드에서 인지모드로 전환을 한다. 배우자는 상대편 배우자에게 나에게 화나는 감정을 유발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행동의 변화를 요구하고 그 요구에 대해 적어도 한 가지는 수용하고 들어 줄 수 있도록 한다.
결혼은 한번으로 끝나는 일회적 사건이 아니다. 자신의 욕구만 알고 살아오다가 타인의 욕구에 귀를 기울이고 수용하는 끊임없이 계속 성장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무의식적 상처를 분명히 알고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나의 배우자에게 기대하는 바를 분명히 알려주는 작업을 통해 우리의 결혼은 파괴된 관계와 상처를 치유하는 재창조의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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