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결혼한 아내는 집안을 온종일 쓸고 닦는다. 먹고 나면 바로 설거지를 해야 하고 조금이라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쉬질 않는 다. 정리정돈이 다 되었다고 쉬는 것도 아니다. 할 일을 기어이 찾아내서 또 일을 한다.
그런 아내 옆에서 남편이 가만히 편하게 쉬는 것은 영 어색하 다. 할 일이 없더라도 가급적 겸손하게 앉아 있어야 혼이라도 덜 난다.
이처럼 강박적 증상이 요즘 젊은 아내들에게 늘고 있다. 원래부 터 그런 성격인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가 더 많다. 대부분 결 혼하고 나서 성격이 달라졌다고 말하는 경우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예전에는 젊은 새댁이 혼자 결정할 일 이 별로 없었다. 전통과 어른들의 가르침에 따라 살면 됐다. 그 러나 세상은 변해 획일적 가치관은 사라졌고 가르쳐 들려는 어른 도 드물어졌다. 결국 모든 것을 새댁이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가정에서만은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 모르 는 미숙아 과정에 있는 것이다.
거기다 아이까지 태어나면 책임감은 더 무거워진다. 이런 과도 한 긴장 상태에서는 일을 차분히 처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법 이다. 이 때문에 불안을 잊으려고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만 한 다. 가정이 잘되기 위해 바르고 착한 일만 해야 할 그들에게 씻 는 것과 청소만큼 바른 일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철모르는 남편이 그런 줄도 모르고 세상 편하게 산다면, 그럴수록 아내 자신 만큼은 더 긴장을 당기며 살아 갈 수밖에 없 다. 이를 알리 없는 남편은 잠자기 직전까지 일을 하는 아내가 얄밉고, 또 자기 방식을 강요하기 위해 자학(?)하면서까지 남편 의 숨통을 조이려 든다고 생각한다.
이런 아내들의 불안을 없애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아 내의 성격이 변해 강박적 행동이 없애는 것이다. 남편들이 원하 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를 기다리는 것보다 남편의 성격을 현실 에 맞게 강박적으로 바꾸는 것이 실현될 가능성이 더 높다. 대부 분의 아내는 가정이 안정됐다고 무의식적으로 느낄 수 있는 상황 이 되어야만 이런 강박적 행동이 없어진다.
( 김병후·정신과 전문의 )
조선일보 2001. 5. 9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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