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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구체화 되는가

chci

  • 등록일2003.07.28  |  
  • 조회수9,920

학창시절 나는 자신의 생각을 과신하지 말라고 배웠다. 이분법적
인 원칙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나는 많은 것들 중
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선택한 것이 옳은 이유를 찾아내야
만 했다. 또한 언제나 전체를 보도록 배웠으며, 모든 것이
다른 것과 관계 있다고 배웠다. 혹시라도 잘못된 답을 찾아내
면, 선생님은 “좀 더 열심히 읽어보거라. 그러면 답이 분명하
게 보일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답이 항상 분명한 것은 아
니었다.

이제 나는 생각과 감정, 그리고 물리적인 몸이 서로 긴밀하게 관
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 여성의 지적 능력을 되찾
을 때가 되었다. 너무나도 총명한 여성이 어수룩하게 살아가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 동안 여성의 지적 능력은 지나치게 과
소평가되어 왔다. 린다 메트칼프 박사가 지적했듯이 “여성 스스
로도 자신들의 지적 능력은 그들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남성적
인 산물이라고 생각”해 온 것이다.

많은 여성이 그렇듯이 나도 좌뇌와 우뇌, 그리고 몸의 정보를 동
시에 사용하면서 나선형으로 생각한다. 잔느 허드슨은 여성이 나
선형 사고법을 가지게 된 이유를 “동굴에 살던 시절, 여성은
한 손으로는 음식을 만들고 다른 손으로는 아기를 토닥이며 한
발로는 매머드를 쫓아내야 했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여성은
한 번에 한 가지 이상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진화되었다. 자신의
행동이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과 부족 전체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야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시에 여러 가지를 처리할 수 있어
야 했던 까닭에, 여성은 뇌의 구조와 생각하는 방법에서 남성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게 되었다.

우뇌와 좌뇌를 연결시키는 뇌량(腦梁)은 여성이 남성보다 굵다.
다시 말해서 여성과 남성의 뇌는 다른 식으로 꼬여 있다 남
성은 생각하는 기능과 생각을 전달하는 데 주로 좌뇌를 사용한
다. 따라서 남성의 추리력은 해결지향적이다. 즉 곧바로 핵심을
파고든다. 반면에 여성은 대화하는 데 남성보다 훨씬 넓은 영역
을 사용한다. 좌뇌와 우뇌를 동시에 사용한다. 우뇌가 몸과 훨
씬 긴밀한 관계를 갖기 때문에 말하고 생각할 때에도 여성은 남
성에 비해 몸의 지혜를 더 많이 빌리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남
성의 뇌에 그러한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오랜 세
월 동안 남성은 그러한 능력을 발달시킬 이유가 없었다. 지난 5
천 년 동안 서구문명은 좌뇌의 명령에 충실한 직선적인 언어가
우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여성적인 사고법과 언어
는 열등하고 진화가 덜 된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데이비드 제
셀의 주장에 의하면, 남성은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것을 일단 내뱉
는 데 반해서 여성은 훨씬 광범위한 기억을 더듬으며 말한다.
즉 여성의 뇌는 더욱 폭넓고 민활하게 정보를 교환하면서 포괄적
인 그림을 그려낸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렇듯 구체화된 사고법
을 발전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그러한 사고를 배척하고 무시하는
삶을 살아왔다.

사회학자 데보라 타넨과의 인터뷰에서 로버트 블라이는 “대뇌
의 한 쪽은 언어를 지배하고 다른 쪽은 느낌을 지배한다.”고 말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오른손잡이 남성의 경우에만 적용
될 뿐이다. 또한 여성의 뇌가 지닌 복합적이고 독특한 특징을 완
전히 간과한 주장이다. 내가 무엇인가를 조금이라도 자세히 설명
하려고 하면 남편은 “좀 간단히 말해줄 수 없어? 본론만 말해보
라구!”라고 말한다. 전형적인 남성의 말투이다. 내 생각을 전달
하는 동안 나는 정신과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표현해내려
고 한다. 언어의 유희를 즐기고 싶다. 내 생각을 말하기 전에 몸
과 뇌에서 생각이 떠오르도록 만든다. 내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
현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알게 된다. 반
면에 남편은 되도록 짤막하게 말한다. 대부분의 남자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모든 것에는 해결책
이 있으며 그렇지 못한 것은 토론할 가치조차 없다는 식이다. 대
부분의 남자는 핵심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무의미하고 따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지 킬러 박사는 “남자는 동사를 즐겨
사용하고 여자는 명사를 주로 사용한다.”고 결론짓는다. 또
“입자와 파동은 물질의 다른 모습일 뿐”이라고 가르쳐준 양자
물리학에 빗대어 “남자는 입자 언어를 말하고 여자는 파동 언어
를 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성은 한 번에 여러 가지를 생각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여성은
준비 없이 슈퍼를 찾더라도 필요한 물건을 빠짐 없이 기억해낼
수 있다. 나는 수술을 하면서 아이가 무엇을 하고 있을까?혹
은 퇴근길에 찬거리를 사야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러
한 모든 생각이 수술을 하는 동안에도 내 머리 속에서 동시에 진
행된다. 이것이 소위 상관적 사고라고 칭해지는 것이다. 그
러나 남편은 한 번에 한 가지, 기껏해야 두 가지 생각이나 일을
해낼 수 있을 뿐이다. 나는 단번에 해치울 수 있는 장보기를 위
해서도 남편은 세 번 정도는 슈퍼에 들락거려야 한다.

나는 진찰실을 찾아온 환자의 남편들에게도 이러한 차이를 강조
한다.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 환자의 남편에게 설명하면서 “당
신 부인의 증상에 대해 말할 테니 잘 들으세요. 내 이야기가 중
구난방인 것처럼 들릴지 몰라요. 당신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이
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요. 하지만 모두가 관련된 이야기니까 끝
까지 참고 들으세요. 본론에 도달하게 되면 모두가 필요한 이야
기였다는 걸 당신도 이해하게 될 거예요.”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여성과 남성의 생각하는 방법의 차이에 대한 나의 주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건강
을 되찾기 위해서 여성은 사용 가능한 모든 능력을 동원할 수 있
어야 한다. 몸 전체에서 전해주는 지적 능력을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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