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남 교수(경상대학교 학생생활연구소)
인식론(epistemology)은 '비교적 큰 집단의 사람들에 의해 현실 을 규정하기 위한 사고에 사용된 일련의 내재적 규칙들이다'라 고 정의된다. 상담 분야에서 인식론의 문제가 제기된 것은 그레 고리 베이츤(G. Bateson)에 의해 가족상담 운동이 시작된 이후부 터이다. 가족상담은 그간의 전통적 상담이론들이 인과적 인식론 에서 출발한데 반해 순환적 인식론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인과적 인식론에서 현실을 파악하는 주된 규칙은 원인과 결과가 직선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인을 알면 결과 를 다룰 수 있다는 사고를 낳았다.인간 행동에 대한 설명은 개 인 내적 사건들에 의해 결정되거나(예: 정신분석, 인본주의적 접 근, 인지적 접근) 개인 외적 사건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예: 행동주의적 접근) 기술된다.
순환적 인식론에서 현실을 파악하는 주된 규칙은 원인과 결과가 상호촉발한다는 것이다. 주어진 체제(세포, 유기체, 가족, 사 회, 국가, 세계,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되 어 있기 때문에 이들간 상호촉발하는 순환적, 반복적 과정이 현 실을 구성한다는 사고를 낳는다. 즉, 어떤 인간 행동도 내적 혹 은 외적 사건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여기-지금에서 진행 중인 상호작용의 일부분으로 기술된다.
가족상담의 출발점인 순환적 인식론에 의하면, 체제는 구성요소 들이 동시적으로 작용하여 이루어지며 서로의 운명에 관여하여 현실은 인간 외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에 의해 만들어진다 고 한다. 따라서 인간은 세계에 작용하여 자신의 운명을 선택함 으로써 주관성은 불가피하며 인과적 인식론에서 주장하는 가치중 립적 과학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상담자도 내담자에 의해 관찰 되는 자리에서 지각하고 행동함으로써 자신의 현실을 만들 수 있 으며, 내담자도 상담자의 개인적 지각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의미 와 질서를 부여받게 된다.
가족상담에서는 양자가 똑같이 관여하는 상호적 영향의 변증법 적 과정을 중시한다. 그러므로 순환적 인식론에서는 양분성이 부 정된다.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의 유용성은 맥락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을 뿐이다. 밝은 면을 부각시키려면 어두운 면의 대조가 필 요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가족상담은 이와 같은 순환적 인식론에 따라 개입의 초점을 개인 에 두지 않는다. 개인의 어떠한 행동도 가족에서 진행중인 상호 작용의 과정에 필요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개인을 변화시키는 것 은 그의 가족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족 은 개인의 치유된 증상적 행동을 재발시킨다.
가족상담에서는 개인의 증상적 행동을 필요로 하는 상호작용 패 턴을 파악하며, 이를 강력한 개입방식을 통해 변화시킨다. 더 이 상 개인의 증상적 행동을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따라 서 가족상담은 인간 교육 및 상담 분야의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라고 생각한다.
이 자료는 카운피아 자료실에서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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