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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 대상관계이론이란

chci

  • 등록일2003.07.28  |  
  • 조회수16,149

김진숙 (한국청소년상담원 상담교수)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ies)은 필자가 1988년 미국
으로 가기 전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공부
하는 동안 이 이론을 알게 되고 또 이 이론을 알게 해주신
Edward Trembley 교수님을 만나게 된 것이 나에게 가장 큰 행운
으로 여겨질 정도로 이 이론은 개인적으로나 전문가적으로 나에
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들과 관계하면서 서
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필자가 미국에서 석사이론과정을 수료하
고 상담현장실습을 준비할 때의 일이다. 현장실습을 신청하기 위
해 담당교수님을 만났는데 교수님과의 짧은 면담을 마치고 돌아
서면서 나는 몹시 실망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당시 나는 외국인학생으로서 캠퍼스 밖에는 아는 현지인들이 별
로 없었고, 낯선 땅에서 실습기관을 혼자서 찾아야 하는 상황이
막막하게 느껴졌었다. 담당교수님이 이런 내 처지를 알아서 좀
더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면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손길을 내
밀어줄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 만남 미국교수님의 단도직입적이고 다소 사무적인
태도가 너무도 매정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박사과정
에 진학하면 이런 매정한 분을 결코 논문지도교수로 선택하지 않
으리라 마음먹었다. 이 분이 마음 속에서 "좋은 교수님"으로 "부
활"하기까지에는 그 후 1년의 시간이 지났다. 이분 수업을 들으
면서 나는 이분의 다른 면들을 알게 되었고, 결국 이분은 나의
논문지도교수가 되셨다.


필자의 경험에서도 나타나듯이 어떤 대상이 나의 욕구나 내적 상
태, 기대에 따란 "나쁜" 대상으로 지각되고 경험되기도 하
고, "좋은 " 대상으로 지각되고 경험되기도 한다. 또한 대상에
대한 나의 지각이 어떤가에 따라 그 대상과의 관계가 다르게 느
껴지고 그 관계 안에서의 나 자신에 대한 지각과 느낌이 달라지
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마음 속으로 근본적으로 신뢰할 수 있고 우호적인
존재에 대한 기억과 믿음과 기대를 갖고 있고, 반대로 어떤 이들
은 신뢰할 수 없고, 판단적이거나, 거부적인 존재에 대한 기억
과 경험을 갖고 있다. 우리 내면에 있는 대상이 어떤가에 따라
우리가 실제로 관계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각과 기대와 경험이 크
게 영향을 받는다.

대상관계이론은 우리가 어떻게 관계 속에서 우리 자신과 다른 사
람들에 대한 표상을 형성하며, 이런 내면화된 표상들이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지각과 경험, 관계양식과 문제에 어떤 영향
을 주는가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이 이론은 전통적 정신분석을 보완하는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으
며 근래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상관이론
은 개인치료 뿐만 아니라 집단치료, 가족치료에도 적용되어 그
적용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먼저 대상관계이론을 개략적으로
살펴본 다음 대상관계이론의 상담적 적용을 논의하기로 한다.

1. 대상관계이론이 발달 배경과 기본 전제

대상관계이론은 프로이드 이후 정신분석학 테두리 안에서 발전
한 몇 가지 이론들 중의 하나로 어느 한 이론가에 의하여 완성
된 것이 아니라 Melanie Klein, Ronald Fairbairn , Donald
Winnincott, Michael Balint 등 여러 이론가들의 기여로 이루어
졌다.(Hamilton, 1988) 대상관계라는 개념을 처음 사용한 사람
은 Freud였지만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이 개념에 다른 의미가 부여
되었다. Freud의 정신분석이론에서는 인간을 본능적 추동(dive)
에 의해 지배되는 자기중심적인 개체로 보고 욕구만족, 충동발
산, 긴장이나 불안 감소 등의 개인내적(intrapsychic) 심리과정
을 중시한다.

이에 비해 대상관계이론에서는 타자와의 관계 형성 및 심리적인
교류를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로 전제한다. 따라서 타자는 자기
의 욕구 충적 수단 이상이며, 자기가 정서적인 유대를 형성하고
자 하는 대상으로서의 의미가 부각된다. 또한 대상관계에서의 대
상이란 단순히 타자 혹은 그에 대한 경험이나 기억만이 아니라
자아구조의 하나인 내적 대상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내적 대상
은 과거 대인관계경험을 반영하며 현재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친
다.

정신분석에서는 자아구조의 발달에 있어서 본능적인 추동의 영향
을 강조하고 개인내적 심리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관계인물과
의 실제 상호작용은 중요시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대상관계이론
에서는 외디푸스 갈등 이전의 심리발달에 관심을 두고 생애초기
양육자와의 관계 경험이 자아구조의 형성 병리 발달에 미치는 영
향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따라서 대상관계이론에서는 생물학적 요소인 추동에 의한 발달
의 중요성은 감소하게 되었고 유아와 부모관계의 성질과 초기 관
계에서의 장애 등이 더욱 강조되었다. 하지만 대상관계이론가들
사이에서도 초기 관계경험뿐만 아니라 추동이 어느 정도 개인의
성격구조에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하여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다.
(Hamiton, 1988 : St. Clair, 1986)

2. 대상관계이론의 핵심개념

대상관계
대상관계란 생애 초기 주요타자들과의 관계에서 경험한 것이 어
떤 정신적인 표상(mental representations)과 상호작용의 틀로
내면화된 것을 의미한다. 혹은 개인이 외부 세계사람들과 관계
를 맺는 기본방식을 결정하는 심리내적 구조로 정의되기도 한
다. (Horner, 1982).

대상관계는 자기표상(object-representation) 그리고 이 둘을 연
결짓는 정서상태로 구성된다(Hamilton, 1988). 표상이란 자기 자
신과 대상에 대해 갖는 어떤 정신적인 상(image)을 말하는데 객
관적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기보다는 주요 타자와의 관계
에 대해 개인이 주관적으로 지각하고 경험한 바를 반영한다.

생애 초기 유아는 어머니로 대표되는 초기 양육자와 상호작용하
면서 그 대상과의 경험은 물론이고 그 경험에 수반하는 정서상태
까지 내면화하여 대상표상을 형성한다. 대상표상에 대한 표상뿐
만 아니라 대상에 반응하고 행동하는 자기에 대한 표상도 존재한
다. 이것이 자기표상인데, 양육자와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면화
된, 자신에 대한 지각, 느낌, 기억, 의미를 포함한다.

개인의 초기경험은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의 원자료를 제공한다.
주요타자들과의 반복적인 상호작용에서 유아는 만족스럽고 긍정
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불만족스럽고 부정적인 경험도 갖게 된
다.

이런 경험으로부터 자신과 대상에 대해 긍정적인 표상은 긍정적
인 대로, 부정적인 대로 조직되어, 자신과 대상에 대한 어떤 체
계적인 표상으로 유아의 내면에 자리잡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유
아가 적절한 관심과 애정을 경험하면 표상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
적인 측면중 긍정적인 측면이 우세한 가운데 하나의 통합된 구조
로 형성된다.

주요 타자들이 일관되게 보여주는 적절한 관심과 보살핌은 점차
아이의 내면에 자신과 대상에 대한 긍정적인 지각과 정서가 부착
된 긍정적인 표상으로 자리잡게 되고, 타인과 세상에 대한 근원
적인 신뢰감으로 발전한다. 또한 양육자와의 만족스러운 관계경
험은 유아의 자아기능 발달을 촉진시키고 양육자의 보살펴주는
기능을 촉진시키고, 양육자의 보살펴주는 기능은 내면화되어 자
아구조로 통합되고 기능은 내면화되어 자아구조로 통합되고 자
기 가치관과 안정된 정체감의 근원으로 자리잡게 된다(Harner,
1982).

반면에 유아가 충분한 애정과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거부당하거나 무시당하거나 혹은 처벌을 받으면서 성장한다면,
유아의 내면에 형성되는 표상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성격을 띤
다. 즉, 자신과 대상에 대한 표상이 주로 부정적인 지각과 정서
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아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경험
중 부정적인 측면만을 지각하게 된다. 그 결과 낮은 자존감과 취
약한 자아구조를 갖게 되고, 타인에 대해서도 왜곡된 지각과 부
정적인 정서를 형성하게 되어서도 대인관계에서 겪게 된다.


대상관계이론은 전통적 정신분석을 보완하고 개인치료 뿐만 아니
라 집단치료, 가족치료에 적용되어 그 적용범위를 넓혀가고 있으
며, 현재 국내에서도 주요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론이다.

2. 대상관계이론의 핵심개념

내면화의 과정

유아의 초기관계경험은 내면화(internalization)의 과정을 거쳐
유아의 독특한 내적인 대상관계로 형성된다. 내면화는 유아가 환
경이나 대상의 특성을 내면으로 받아들여 자기의 특성으로 변형
시키는 심리적 기제를 말하며, 내면에서의 자기와 대상의 분별
화 정도에 따라서 다음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Hamilton, 1988).

먼저 함입(incorporation)은 가장 초보적인 수준의 내면화로서
분명한 자기-대상 경계가 형성되기 전 대상의 특성이나 대상과
의 경험이 자기 내면으로 받아들여져 미분화된 자기-대상 표상으
로 사라지는 기제를 가리킨다.

내사(introjection)는 자기와 대상이 어느 정도 분화되어, 대상
의 행동이나 태도, 기분 혹은 분위기 등이 자기 이미지로 융화되
기보다는 대상 이미지로 보존되는 기제를 말한다. 이때 내사된
대상(an introjected objected 혹은 an introject)은 실제 대상
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지만, 자기의 내면세계에서 정서적인 힘
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생생하게 내면화된 대상을 의
미한다.

동일시(identification)는 내사된 대상의 특성들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여 자기표상으로 동화시키는 기제를 말한다. 함임이나 내
사보다 좀더 선택적이고 세련된 내면화기제라 할 수 있다. 동일
시는 초기발달과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지속되는 한 계
속된다. 새로운 관계와 경험 그리고 대상의 특성들을 받아들임으
로써 우리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늘 자기와 대상의 상호작용이
라는 과정으로 남는다(Hamilton, 1988).

분열(splitting)과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

초기 양육자와의 경험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
존한다. 하지만 유아의 경우, 아직 자아기능이 취약하기 때문에
유아가 지각하는 어머니의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 그리고 이러
한 측면과 연관된 상층되는 정서를 동시에 받아들이지 못한다.

유아는 대상이나 자신의 갈등적인 혹은 이질적인 측면들, 즉 서
로 다른 정서가 부여된 측면들을 양분하여 한번에 어느 한 측면
만을 의식적인 차원에서 경험하고 다른 측면은 의식에서 배제하
고자 하는데 이를 분열이라 한다. 분열기제가 작동되면 대상이
나 자기 자신의 이질적이고 상층되는 측면들이 "좋다(good)" 혹
은 "나쁘다(bad)"로 나뉘고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Hamilton, 1988).

분열의 결과 어머니라는 대상은 유아의 의식세계에서 아직 온전
한 대상(whole object)이 아니라 부분대상(part object)으로 지
각되고 경험된다. 즉, 어머니라는 대상의 부정적인 측면, 즉 자
기의 욕구를 좌절시키는 측면이 의식적인 차원에서 경험될 때는
어머니의 긍정적인 측면은 유아의 의식차원에서 배제되어 마치
어머니가 온전한 나쁜(all bad)사람인 것처럼 지각된다.

분열된 내면 경험이나 지각이 통합되기 위해서는 우선 다양한 경
험들을 기억하고 비교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의 발달이 요구된
다. 이와 함께 유아가 때때로 경험하는 좌절경험이 자기의 내적
평형을 과도하게 위협하지 않을 정도로 타자와의 경험이 대체로
긍정적이어야 한다.

초기발달 과정에서 유아가 경험하는 좌절경험이 만성적이고 과도
하다든지 혹은 지나치게 높은 불안 수준이 지속되는 경우, 자아
의 통합기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상이나 자기의
다양한 특성들이 서로 통합되지 못하고 단편적인(fragmented) 상
태로 남아있을 수 있다.

투사적 동일시는 자기가 수용하기 힘든 어떤 내적 특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투사하여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투사된 특성대로 느
끼거나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을 말한다.

예컨대, 자신의 의존욕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
들에게 이 욕구를 투사하여 이들에게 끊임없이 도움을 제공하거
나 자율성의 표현을 좌절시킴으로써 이들 스스로 의존적인 존재
로 느끼고 생동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투사되는 부분에는 자기
의 특성 뿐만 아니라 내면화된 대상관계도 포함된다.

따라서 부모에게서 학대받고 성장한 사람이 배우자와의 관계에
서 내면화된 거부적이고 학대하는 대상( a "bad object")을 배우
자에게 투사하여 배우자로 하여금 학대하는 대상의 역할을 하도
록 유도하고 자신은 무기력한 희생자의 역할을 하여 내적인 대상
관계를 현재 관계에서 재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사적 동일시는 개인의 내면과 대인관계를 잇는 심리적 기제라
할 수 있다(Scharff & Scharff, 1991). 개인이 무의식적으로 초
기관계의 대상표상을 상대방에게 투사하고 이 과정에서 상대방
도 투사에 합류하도록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개인내적 심
리기제인 투사가 대인관계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즉, 상대방 또한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을 투사된 대상표상으
로 지각하고 경험하며 이 투사된 표상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동일
시에 연루되는 것이다(최명민, 1999). 심리적 기제로서의 투사
적 동일시는 개인치료 뿐만 아니라 가족치료에서 중요하게 다루
어지는 개념으로서 부부관계나 가족관계의 역기능적인 측면을 이
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Scharff & Scharff, 1991).


3. 대상관계치료의 목표와 주요 치료기법

대상관계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내담자의 역기능적인 개인 내적
역동에 대한 통찰을 얻고 온전한 대상관계(whole object
relations)를 형성하고 자아기능을 강화하여 자신과 다른 사람들
에 대해 좀더 현실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갖게 하는 것이다.

성장과정에서 미해결된 욕구나 갈등이 많을수록 우리는 다른 사
람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 경험에서 내사
된 대상으로 반응하여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게 부과된 역할을
강요한다.

따라서 대상관계치료에서는 분열이나 투사, 투사적 동일시와 같
은 기제에 근거한 상호작용과 그 원인에 대한 통찰을 얻게 하고
분열되고 억압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투사시킨 부분들을 통합하
여 온전한 대상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상관계치료에서는 치료자가 내담자와 치료관계를 형성하기 위
해 가져야 할 치료적 태도 혹은 기능이 강조된다. 이런 태도는
받아주기 혹은 버텨주기("holding")라는 개념으로 집약적으로 표
현된다.

이 개념은 어머니가 유아의 욕구와 내적 상태를 공감적으로 알아
차리고 적절하게 반응하여 유아로 하여금 이해받고 가치롭게 여
겨지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것처럼, 치료자가 내담자
의 경험을 심정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고자 하며, 내담자의 욕구
와 내적 상태를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수용적 태도를 견지하는 것
을 말한다(Scharff & Scharff, 1991).

치료자의 받아주기는 언어적인 수단뿐만 아니라 내담자 경험의
본질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와 수용적 태도, 내담자의 불안이나
갈등을 버텨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내담자에게 전달한
다.

치료자가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받아주기를 일관되게 보여주면 내
담자도 점차 자신을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좀더 근원적으로 이해
하게 되고 받아주는 능력(holding capacity)을 키워나갈 수 있
다.

대상관계치료의 기법은 대체로 비지시적이다. 내담자에게 행동변
화를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하거나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탐색과 통찰을 목적으로 하는 기법들을 주로사용한다.주요 기법
으로는 해석과 지금-여기의 경험 다루기, 역전이의 활용 등을
들 수 있다. 해석은 내담자의 경험과 문제에 대한 이해를 얻어나
가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기법이며 치료자의 이해를 내담자와 함
께 나눌 수 있게 하는 기법이기도 한다 (Scharff & Scharff,
1991).

치료자가 내담자의 역동이나 경험에 대해 이해한 바를 해석을 통
해 전달하여 내담자가 이를 받아들이거나 혹은 치료자의 관점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한다. 대상관계치료에서는 과거경
험이나 치료장면 밖에서 일어나는 일, 즉 그 때 -거기의 경험을
다루기도 하지만 지금-여기 치료장면에서 내담자와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경험을 중요하게 다룬다,

왜냐하면 내담자의 대상관계는 지금-여기 치료장면에서 치료자와
의 관계에서 전이형태로 재연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를 다루는 기법은 치료자로 하여금 내담자와 경험을 공유하
게 하여 즉각적으로 이를 탐색하고 분석함으로써 더 설득력 있
는 개입을 할 수 있게 한다.

지금-여기 경험 다루기에는 치료자의 역전이
(countertrasference)도 포함된다. 고전적 정신분석에서 역전이
는 치료자 자신의 미해결 문제로 인해 치료장면에서 나타나는 반
응으로 극복되어야 할 부분으로 인식되었다. 대상관계이론에서
는 역전이의 개념을 확장하여 내담자의 투사적 동일시로 유발된
반응을 포함시켰다.

내담자의 투사적 동일시로 유발된 역전이의 경우, 치료자가 자신
의 반응을 충분히 자각하고 통찰함으로써 내담자가족의 경험에
대해 더 깊은 수준에서 공감할 수 있고, 내담자의 내면세계와 역
동을 파악하고 치료적으로 다루는데 유용한 단서로 활용할 수 있
음을 강조했다.

치료자는 특히 치료초기에 내담자와 작업동맹을 형성하는 과정에
서 내담자가 수용하지 않거나 억압했던 부분들을 경험하고 재발
견할 수 있도록 수용적인 치료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한
다. 그리고 내담자의 대상관계와 내담자가 주로 사용하는 방어기
제들을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내담자의 역기능적 패턴과 투사적 동일시에 대한 통
찰을 얻게 되면, 훈습과정을 통해 과거경험으로부터 내면화된 무
의식적인 대상관계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현실에 더 적합
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Goldenberg & Goldenberg
1996).

4. 대상관계이론의 상담적 적용

대상관계이론은 원래 성격장애와 같은 심각한 정신장애를 심도있
게 이해하고 치료하는데
적합한 이론으로서 효과적 적용을 위해서는 일주일에 수회 면접
을 갖고 수년에 걸쳐 치료가 진행된 것을 전제로 한다. 대상관계
이론의 이런 치료접근은 현재 우리나라의 상담현실을 감안할 때
다소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대상관계이론은 내담자의 복잡한 심리내적 세계와 문제
를 깊이있게 이해하고 상담자-내담자 관계에서 일어나는 역동을
분석하고 치료적으로 활용하는데 유용하고 정교한 개념적 틀을
제시한다. 또한 유아의 초기 관계경험이 성격발달과 자아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는 상담자 - 내담자 관계를 치유적 매체로
활용하는 이론이라는 점에서 전통적으로 관계성을 강조하는 한국
문화권에서 그 활용의 정도가 크다 하겠다.

내담자의 대상관계는 내담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
라 상담장면에서도 반복되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상대방에게 실망스러운 면을 발견하
면 그 사람을 전적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쉽게 관계를 단절하
는 경향이 있는 내담자는 상담자와의 관계에서도 이런 행동을 보
일 가능성이 높다.

앞서 살펴본 자기표상, 타인표상, 투사적 동일시, 내사, 받아주
기 등과 같은 대상관계이론의 주요 개념들에 대상 이해를 토대
로 상담자의 내담자의 대상관계를 분석하고 설명하며, 상담장면
에서 이것이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 것인지를 예측하여 내담자가
자신의 역기능적 패턴에 대한 통찰을 얻고 온전한 대상관계를 형
성해나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이런 개념들은 전형적인 대상관계치료에서 뿐만 아니라 단기상담
에서도 내담자문제와 역동을 이해하고 상담자-내담자 관계에서
나타나는 내담자의 대상관계를 분석하고 치료적으로 활용하는데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내담자들이 고통받는 많은 문제들은 관계 안에서 비롯되었고 그
들은 상담자와의 관계 안에서 도움을 얻고자 한다. "사람만이 희
망이다"라고 외치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내담자들은 상담자라
는 또하나의 대상과의 관계경험을 통해 사람에 대한 신뢰와 희망
을 회복하고자 한다.

"It's the relationship that heals!" 즉, 관계만이 우리를 낫
게 한다. 내담자에게 희망과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관계경험을
줄 수 있도록 우리 상담자들은 효과적인 상담기법의 습득 뿐만
아니라 상담자 자신이 치유적이고 성장촉진적인 '괜찮은 good-
enough'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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